한동훈 장관, ‘검수원복’···시행령으로 ‘검수완박’ 무력화

이혜리 기자    허진무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9월10일)을 앞두고 법무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넓히겠다고 밝혔다.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만든 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11일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 4월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정했다. 기존에 6개(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이던 것을 2개로 줄인 것이다.

법무부는 해당 조문에 ‘~등’ 표현이 있는 것을 보면 부패·경제범죄는 예시일 뿐이며 정부가 중요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공직자범죄로 분류된 직권남용죄와 허위공문서작성죄, 선거범죄인 매수 및 이해유도죄, 기부행위에 관한 죄 등을 부패범죄로 바꿨다.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는 경제범죄로 분류했다.

무고·위증죄와 같이 사법질서를 저해하는 죄, 5·18민주화운동법·국회 증언감정법 등 개별 법률에서 검사에게 고발·수사의뢰 하도록 규정한 범죄는 중요범죄로 분류했다. 기존에 부패·경제범죄로 분류된 범죄들에 더해 이 범죄들까지 모두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정된 검찰청법은 부패·경제범죄, 경찰 송치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는데, 법무부는 이 ‘직접 관련성’의 세부 내용을 정한 시행령도 고쳤다.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사건은 기존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중요범죄 중에서도 검사의 수사 범위를 특정 신분과 금액으로 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은 폐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뇌물범죄의 경우 4급 이상 공무원, 뇌물수수액 5000만원 이상이어야 검찰이 수사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액수와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뇌물범죄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에 대해 “현행 검찰청법과 시행령 시행 과정에서 국가적 차원의 범죄대응 역량 약화, 수사기관간 불필요한 사건 이송 절차 지연, 이로 인한 인권침해 등 실무상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체계에 맞게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시행령 내용을 보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검찰 수사권 축소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줄인 것인데,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거꾸로 대폭 늘렸다. 시행령은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에 대해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마음대로 법률의 의미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특히 법무부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로 새로 분류한 직권남용죄와 허위공문서작성죄는 검찰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겨냥해 수사 중인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등 사건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죄명이다. 선거범죄는 국회의원들이 민감한 분야이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 위원장)는 “검찰이 너무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기소와 수사 분리를 통해 상호 균형과 견제를 이루자는 게 개정 법의 취지인데, 시행령 개정안은 거꾸로 갔다”며 “검찰 개혁 논의가 나름대로 성숙되고 여야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법을 하위 법령인 시행령으로 되돌려놓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시행령이 법 위반이냐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위헌·위법인 시행령이라고 사법부 판단을 받아보는 절차를 또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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