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영장심사 때 “서해 공무원, 북한 구조” 문 대통령에 보고 문건 제시

이혜리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최종결정권자로 지목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최종결정권자로 지목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이준헌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에서 실종된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을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 보고받은 문건에 북한 측 구조 정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측은 이 문건을 근거로 ‘북측이 이씨를 구조하면 협상을 통해 송환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실종된 이씨를 구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것은 이씨가 바다에 빠진 경위(실족이냐, 월북시도냐)와 함께 서해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이다. 검찰이 미처 확보하지 못한 문건의 이같은 내용이 향후 수사·재판의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 전 실장 측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안보실이 2020년 9월22일 오후 6시쯤 서해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 실물을 제시했다. 문 전 대통령이 서해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으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피살되기 전이었다.

문건 요지는 실종된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첩보가 입수됐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북한 사람들끼리 이씨를 두고 ‘죽었으면 놔두고, 살아있으면 건져라(구조해라)’라는 취지로 대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수취급첩보(SI)를 토대로 한 정보로 추정된다.

서 전 실장 측은 이 문건을 근거로 이씨가 최초로 발견될 당시 북한 측에서 그를 구조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고, 이씨가 구조되면 송환 협상을 통해 돌려받는 쪽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왜 이씨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느냐’는 검찰 주장에 이같이 항변한 것이다.

감사원도 지난 10월 감사결과에서 2020년 9월22일 오후 6시36분쯤 안보실이 한 서면보고를 문 전 대통령이 서해 사건과 관련해 받은 최초 보고로 특정했다. 감사원은 이 보고 문건에 “해상 추락으로 추정돼 수색 중,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한 첩보 입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다만 감사원은 해당 문건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확보하지 못했다. 감사결과에 북한 측 구조 정황이 담기지 않은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영장심사에서 자신들이 확보하지 못한 문건을 서 전 실장 측이 제시하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은 지난 9월부터 3개월에 걸쳐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고도 이 문건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 전 실장 측은 “해당 문건은 내부 보고 과정에서 입수한 사본으로 위법성이 있는 문건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과 서 전 실장 측은 구속영장심사에서 이씨가 바다에 빠진 경위를 두고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연평도 바닷물의 유속이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주는 영상 등을 근거로 이씨가 ‘실족’으로 바다에 빠졌다는 데 무게를 뒀다. 문재인 정부가 모종의 의도를 갖고 월북으로 속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 전 실장 측은 SI에서 ‘월북’이라는 단어를 확인했고 기상상황과 배의 구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월북으로 추정했다고 반박했다. SI에 월북 표현이 2회 등장한다는 사실은 앞서 국회 정보위원회도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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