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도 안 받고…전장연에 6억대 손배소

유경선 기자

서울교통공사 “시위로 발생한 열차 지연·인건비 등 산출”

전장연 “불법시위로 낙인…부당한 편견 조장” 맞소송 예고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6억원 넘는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시민을 ‘대화’가 아닌 ‘제거’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반발하며 맞소송 등을 예고했다.

공사는 “전장연을 상대로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6억145만원 규모의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고 10일 밝혔다. 배상 청구 액수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열차 정시 운행을 하지 못해 발생한 운임 감소분 등 열차운행불능손실분, 임시열차 운행 비용,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된 인력 인건비로 산출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전장연에 대한 서울시의 ‘무관용 원칙’ 연장선이다. 앞서 공사는 시위에 따른 운행 지연 등의 책임을 들어 2021년 말 전장연에 형사(2건)·민사(1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민사에 대해 전장연이 시위를 중단하는 대신 서울시가 19개 역사에 내년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공사는 해당 조정안 수용을 거부했다. 소송 이후 시위에도 이날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장도 전장연 시위 과정에서 휠체어에 들이받혔다며 전장연 활동가를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전장연을 ‘싸움’ 대상으로 보는 서울시 기조는 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정부 방침과 맞닿아 있다. 공사는 전장연 시위 예고에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한편 지하철역 방송을 통해 ‘시위로 인해 지연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의 ‘무관용 원칙’이 문제를 풀기보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가로 소송을 제기하며 전장연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도 쏟아내고 있다.

오 시장은 전날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신년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전장연이 전체 장애인의 입장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위 현장에서의 단호한 대처 외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법적인 조치를 다하겠다”고 했다. 공사는 추가 손배소송은 지하철 시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공사 직원들의 일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오 시장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장애인이 처한 지속적 차별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의미 있는 토론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의 법적 대응과 관련해서는 전장연도 강경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전장연 행동을 ‘불법 시위’로 낙인찍으며 부당한 편견을 조장하고 장애인 단체를 갈라치기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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