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서 혐의 부인한 정진상 “검찰, 공소장으로 낙인찍기”

김혜리 기자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사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이 선입견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공소장에 장황하게 적어놓았다며 법원이 사건 심리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신속히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실장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정 전 실장은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재판정에 나왔다. 유 전 본부장도 법정에 나왔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선 것이다. 서로 정반대 주장을 하며 맞서고 있는 두 사람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피고인석에 앞뒤로 앉아 앞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책상을 바라봤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며 재판부가 신속히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공소장에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된 내용만 적어야 하고 법관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는 다른 서류나 증거를 첨부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의 원칙이다.

변호인은 “공소장 33쪽 중 모두사실만 15쪽에 달한다”며 “정 전 실장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낙인찍고 (재판을) 출발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오랜 기간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등의 내용을 공소장에 배경사실로 기재했다. 정 전 실장은 그와 관련된 수사·재판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재판부가 예단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역시 법정에서 검찰 공소장이 일본주의 위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과정 등은 피고인과 민간업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유착했는지 설명하는 데 있어 필수”라며 “공소사실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만 기재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피고인 측 의견을 검토해 필요하다면 공소장 일부 내용을 축약, 정리해달라”고 했다.

정 전 실장 측은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해당 조항은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때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판사가 구인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의 보석 신청에 대해선 별도 심문 절차는 진행하지 않고 추후 밝힐 의견을 토대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위헌법률심판 신청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관련 내용을 검토해본 후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대장동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배후에 이재명 대표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민간업자들한테 700억원을 받기로 한 것을) 제가 이 대표 이름을 팔면서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랬다면 저는 이 대표 옆에 있어선 안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전 실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전 실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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