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외국인 무기한 구금’ 헌법불합치···첫 제동

김혜리 기자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국외로 추방할 때까지 계속 보호시설에 가둬둘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외국인에게만 용인돼 온 ‘무기한 구금’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헌재는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이 위헌이지만 바로 무효로 할 경우 생길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국회는 2025년 5월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강제퇴거(출국)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즉시 출국할 수 없을 경우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본국 송환이 가능해질 때까지 해당 외국인을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위헌제청 신청은 강제퇴거 명령과 동시에 보호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이 냈다. 신청인인 이집트인 A씨는 17세이던 2018년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지만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난민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후 A씨는 강제퇴거 명령과 보호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서 한 달 동안 구금됐다. A씨 등은 보호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고 법원에 출입국관리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제청을 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적법절차원칙을 위배해 피보호자의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보호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아 강제퇴거 대상자를 무기한 보호하는 것은 보호의 일시적·잠정적 강제조치로서의 한계를 벗어난다”며 “보호기간의 비합리적인 장기화와 불확실성으로 야기되는 피해를 방지해야 하지만 행정의 편의성과 획일성만 강조해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해당 조항의 보호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형사절차상 ‘체포·구속’에 준하기 때문에 보호의 개시·연장 단계에서 집행기관인 출입국관리공무원으로부터 독립적·중립적인 지위에 있는 기관이 타당성을 심사해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절차가 없다”며 “보호명령 발령 전 당사자가 의견을 제출할 기회도 마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상당수 국가들이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구금상태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제퇴거 대상자의 구금기간에 상한을 두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예컨대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게 국내법으로 구금기간의 절대적 상한을 규정하도록 하는데, 최초 구금기간은 6개월을 넘을 수 없고 예외적으로 구금기간을 연장할 경우에도 12개월 미만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구금기간을 최대 90일까지 허용하는 법 규정을 두고 있다. 대만은 100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20일로 최대 구금기간을 제한한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합헌이라고 판단한 5년 전 결정을 바꾼 것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한 첫 판단인 2016년에는 각하했고, 2018년에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8년 결정 때는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에는 재판관 6명이 위헌 의견을 내면서 결론이 바뀌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사람이 송환되기까지 걸린 평균 보호기간은 선례 결정 당시와 비교하면 줄어드는 추세”라며 “보호기간 상한을 설정할 경우 자발적 출국의지를 저해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국내 이주 구금 제도의 큰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법무부와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맞춰 인권적인 보호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