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명예훼손 혐의 유죄”
‘허위보고’ 군검사도 실형
직무유기 전 대대장은 무죄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 전입하려던 부대에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진 중대장에게 징역 1년형이 선고됐다. 이 중사 사망 후 허위보고를 올려 사건 처리가 지연된 사실을 숨긴 혐의(군형법상 허위보고)로 기소된 전직 군검사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는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중대장과 군형법상 허위보고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군검사 박모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위계공무집행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모 전 대대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는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2021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이 중사가 피해를 신고했음에도 신속한 조사나 증거 수집 등이 이뤄지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이예람 중사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출범했고, 특검팀은 100일간 수사를 벌여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총 8명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김 전 중대장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 전입하려던 부대 관계자에게 “이 중사가 (이전 부대와 관련한) 사소한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김 전 중대장이 이러한 발언을 하게 된 경위나 내용, 당시 상황 등에 비춰볼 때 (군대 조직에)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중사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전속 간 부대에서조차 자신을 냉랭하게 대하는 시선과 반응으로 인하여 다시 한번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생을 마감했다”면서 “이 범행이 초래한 중대한 결과 등에 비추어보면, 일반적인 명예훼손 범죄와는 죄질의 무게감이 다르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김 전 중대장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중사 사건을 담당한 전 군검사 박씨는 수사 지연의 책임을 가리기 위해 ‘윗선’에 허위보고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씨는 사건을 송치받은 후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한 사실이 없고, 특히 자신의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피해자 조사 일정을 연기하기까지 했다”며 “이 중사 사망 후 사건 처리 과정이 문제 되자 공군본부 법무실에 거짓된 보고를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