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비하 표현 국회의원들 2심도 “배상책임 없어”

김혜리 기자
서울 여의도의 한 고층빌딩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정지윤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서울 여의도의 한 고층빌딩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정지윤 선임기자

국회의원들이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한 배상 책임이 없다고 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8-3부(재판장 최승원)는 28일 조태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 등 5명이 곽상도·이광재·허은아·조태용· 윤희숙·김은혜 등 전직 국회의원 6명과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들은 2020년 6월~2021년 3월 국회 상임위원회나 당 논평,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자회견 등에서 발언을 하면서 “외눈박이 대통령(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됐다(이광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집단적 조현병(허은아 전 국민의힘 의원)”,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장애인인 조 활동가 등 5명은 장애인의날인 2021년 4월20일 해당 의원들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차별적 표현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처음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각 의원들에겐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고, 박 의장에겐 의원 징계와 장애인 모욕발언 금지 규정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정신분열’, ‘외눈박이’, ‘꿀 먹은 벙어리’ 등 표현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낮추어 말하는 말 또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임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들이 사용한 표현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각 표현이 원고들을 포함한 장애인들을 상대방으로 한 것이라 보긴 어렵다”며 피고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들이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이나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표현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 행위로도 판단하지 않았다. 박 의장을 상대로 한 청구는 “원고들과 국회의장 사이의 분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각하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도 1심에 이어 의장에 대한 청구는 각하, 의원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항소장이 전달되지 않아 항소심 피고 명단에서 빠졌다.

김영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누구든 모욕감을 줘서도, 비하를 유발하는 표현을 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한다”며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계속 비하 발언을 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제기한 소송인데 (결과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원고 측 대리인인 임한결 변호사도 “오늘부터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데, 과열된 정치풍토 아래서 또다시 장애인을 부정적 존재로 불러들여 상대를 비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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