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노조 통해 ‘민주노총 탈퇴’ 작업 나선 SPC···대표 이어 회장도 구속

강연주 기자    유선희 기자
허영인 SPC 회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허영인 SPC 회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허영인 SPC 회장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동조합 탈퇴 강요 등 혐의로 5일 구속됐다.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오던 허 회장에 대해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함에 따라 노조 와해 의혹뿐 아니라 검찰 수사관과의 수사정보 거래 의혹 등 SPC그룹과 관련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이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영장 발부의 첫 요건이자 증거인멸 우려 판단의 전제가 범죄혐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이는 법원이 허 회장 지시로 위법한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졌다는 개연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황 대표를 비롯한 SPC 임직원들이 사측 노조를 이용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제빵기사들의 노조 탈퇴 작업에 관여했고, 허 회장 또한 이 과정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이사의 공소장을 보면 허 회장의 구체적인 혐의를 가늠해볼 수 있다. 공소장에는 2017년 정모 현 피비파트너즈 전무가 사측에 비판적인 민주노총 측 지회에 대응하고자 협력업체 중간관리자인 A씨에게 회사에 친화적인 ‘어용노조’를 설립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적혀있다. 황 대표를 비롯한 SPC 임원진은 정 전무로부터 이를 보고 받았다. 이 노조는 추후 한국노총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 노조(피비노조)가 된다.

황 대표 등은 피비노조 위원장인 A씨에게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도록 개입했다. 이들은 회사가 직접 입장을 내는 것보다 노조를 통해 사측 입장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이에 한 SPC그룹 임원진은 한 언론사에서 SPC에 부정적인 내용의 취재를 시작하자 “회사가 대응하지 말고 한국노총 자체의 목소리인 것처럼 대응하라”며 피비노조를 적극 이용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황 대표 등은 2019년 7~8월 무렵 사측 친화적인 피비노조를 과반수 노조로 만들기 위해 지회 소속 조합원에 대한 탈퇴 종용 작업에도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현장관리자(BMC)들이 업무시간 중 제빵기사들에게 접근해 노조 탈퇴를 종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황 대표는 민주노총 탈퇴 실적을 보고 받은 뒤 사업부장들한테 직접 전화해 “민주노총 탈퇴 관련해 강OO(회사 임원)를 많이 도와줘라”라며 직접 독려하기도 했다.

황 대표 등의 지시를 받은 각 지역 사업 부장들은 소속 제조장 현장관리자들에게 “한 명이라도 한국노총으로 데려오라”며 독촉했다. 지시를 받은 현장관리자들은 제빵기사들의 집이나 근무지 등을 찾아가 “민노(민주노총)에서 탈퇴해라, 민노에 있으면 너한테 불리하다” “민노가 회장집에 사람 죽었을 때 하는 퍼포먼스를 했다”며 회유했다. 그 결과 피비노조는 6주만에 900여 명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등 근로자 과반수 노조 자리를 차지했다.

검찰은 이 같은 황 대표의 뒤에 허 회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황 대표로부터 민주노총 조합원 탈퇴 현황을 보고 받고 사실상 이를 종용한 ‘윗선’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검찰은 노조 와해 작업에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회장을 20일간의 구속 기간 내에 조사한 뒤 기소할 전망이다. 검찰은 백모 SPC 전무(구속기소)가 검찰 수사관 김모씨(구속기소)에게 각종 수사 정보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수백만 원의 향응 등을 준 과정에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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