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고발·선거사건 벌써 ‘산더미’···“공권력 낭비” “정치의 사법화”

강연주 기자
총선 고발·선거사건 벌써 ‘산더미’···“공권력 낭비” “정치의 사법화”

4·10 총선을 앞두고 수사기관에 각종 선거사범 사건과 고소·고발이 쌓이고 있다. 대체로 여당은 검찰에, 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장을 내고 있다. 법조계는 “선거용 고소·고발로 수사기관이 정치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총선 정국에만 수백여건 쇄도하는 고소·고발에 공권력이 소모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법무부와 경찰청이 발표한 선거사범 적발 건수는 검찰이 474명, 경찰이 895명으로 집계됐다. 검찰이 적발한 선거사범 중에선 허위사실유포 및 흑색선전 혐의자가 195명(41.1%)으로 가장 많았다. 금품수수(19.0%), 공무원·단체 선거개입(6.3%)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도 허위사실유포 혐의자(436명)를 가장 많이 적발했다. 뒤이어 금품수수, 공무원선거 관여 혐의 순이었다. 경찰은 적발된 895명 중 20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768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당 차원에서의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성 폄훼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전관예우 논란을 빚은 박은정 조국혁신당 후보 남편 이종근 변호사(전 검사장)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 ‘이조(이재명·조국)심판특별위원회’는 양문석 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를 사기대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수처에는 야당 주도로 이뤄진 고발 사건이 쌓이고 있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은 대검의 서버 업무관리시스템인 ‘디넷’(D-NET)이 일종의 ‘디지털 캐비닛’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현직 검찰총장과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 논란을 두고선 현 법무·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등을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정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들이 선거 홍보 및 상대 진영의 비방 수단으로 고발을 일삼는 경우가 있다”며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자체적으로 소를 취하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유불리 상황이 있을 때마다 법에만 의존하며 선거에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선 정국에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고소·고발은 수사기관 업무 차질로 이어진다. 법무부는 지난해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을 개정해 선거사건 공소시효(6개월)가 만료되기 3개월 전에 기관별 의견 제시 및 교환 절차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선거사건을 더 면밀하고 속도감 있게 처리하자는 취지로 만든 규정이지만 밀려드는 선거 사건 탓에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고발된 총선 관련 사건의 수만 보더라도 개정 수사준칙이 현장에 제대로 자리잡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검·경에서 주요한 사건들만 골라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 교수는 “쏟아지는 고발로 인한 부실수사 가능성도 당연히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치인들이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수사나 사법으로 풀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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