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야권 인사 겨누느라…‘기업 비리’엔 손댈 틈 없는 검찰 반부패수사부

이보라·강연주 기자

대장동·송영길 돈봉투 의혹…윤 정부 출범 후 기업인은 ‘0’

검찰 관계자 “적폐 수사만 하다보니 기업 수사할 여력 없다”

전 정부·야권 인사 겨누느라…‘기업 비리’엔 손댈 틈 없는 검찰 반부패수사부

대장동 개발 비리·50억 클럽 사건,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알선수재 사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검찰 내 최대 특별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2·3부가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수사해온 사건들이다. 주로 정치권 관련 사건들로 전통적으로 특별수사의 주요 대상인 기업·기업인 비리 관련 사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 안팎에선 이른바 ‘적폐 수사’가 초래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 정부와 야권을 겨냥한 수사가 이례적으로 장기화하면서 반부패수사부가 기업 수사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8일 현재까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수사한 사건을 살펴보면 주요 기업인의 횡령·배임, 뇌물 사건은 전혀 없다. 지난 정부 때인 2020년 9월 반부패수사3부의 전신인 경제범죄형사부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한 게 마지막이다.

반부패수사 1·3부는 지난 정부 때인 2021년 9월부터 2년7개월째 대장동 개발 비리 잔여 사건과 50억 클럽 사건을 수사 중이다.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해 9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려 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도 맡고 있다. 반부패수사2부는 2022년 12월부터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사건을 단초로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 중이다. 현 정부 관련 사건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사건도 담당한다. 반부패수사3부는 지난달 압수수색한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수수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문제는 수사가 끝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부패수사3부는 지난달 50억 클럽 사건에 연루된 권순일 전 대법관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2년6개월 만에 세 번째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도 혐의가 있는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출석하지 않아 진척이 더디다.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역시 7개월째 관련자 조사 중이다.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에서 파생된 전 전 부원장 뇌물수수 사건은 지난달 구속영장이 기각돼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 전 정부 때인 2020년 4월 고발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도 4년째 처분이 나지 않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정치권 수사, 이른바 적폐 수사를 너무 오래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스레 기업 수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반부패수사부가 몇년째 적폐 수사만 하고 있으니 기업 수사를 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하던 수사를 끝내야 본연의 임무인 기업 수사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라며 “검찰 내부에서도 이젠 기업 수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대형 사건 수사는 작은 단서에서 시작되는데,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범위가 쪼개졌다”고 했다.

관심은 총선 이후다.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파장을 의식해 기업 수사를 자제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총선 이후 범죄정보 수집 부서인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이 확보한 단서를 토대로 기업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 총선이 지나면 정권 중반기로 들어서기 때문에 반부패수사부가 올해 안에 기업이나 현 정부 사건 수사로 초점을 옮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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