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심판대 오른 기후소송···“정부 계획 부실” vs “선진국 못지않아”

김혜리 기자
기후위기 대응 헌법소원의 첫번째 공개변론이 열린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 소송 청구인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기후위기 대응 헌법소원의 첫번째 공개변론이 열린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 소송 청구인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실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논의하는 헌법재판소의 첫 공개변론이 23일 열렸다. 국내에서 이른바 ‘기후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이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측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목표 등은 충분하다”고 맞섰다. 재판관들이 질문을 던지고 양측 답변이 오가면서 약 5시간 동안 변론이 이어졌다.

4년 기다린 청구인들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으로 기본권 침해”

헌재는 이날 대심판정에서 기후위기 헌법소원 사건의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기후소송 4건을 병합해 열린 자리였다. 2020년 제기된 청소년기후소송, 2021년 시민기후소송, 2022년 아기기후소송, 2023년 1차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등이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 소송’의 첫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 소송’의 첫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청구인 측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이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국제사회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윤세종 변호사는 “다른 국가들이 한국과 비슷하게 노력하면 지구 온도를 3도까지 올릴 수 있다”며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지수는 67개국 중 64위로, 산유국들과 함께 최하위로 평가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나 감축 이행을 보장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주요하게 지적했다. 청구인 측 이병주 변호사는 “2031년 이후 감축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독일 기후소송에서도 이 부분이 문제가 돼 독일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고, 후속 입법이 바로 이뤄져 2045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명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감축목표는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세대에게 막대한 감축부담과 기후변화 피해를 전가해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충분하다는 정부··· “이행 보장 안 되지 않느냐”

정부 측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다른 주요국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맞받았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데도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할 정도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 측 대리인은 “무리한 감축 목표는 기업경쟁력을 약화해 도리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상적인 목표 수립보다 현실적으로 설정된 목표의 이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관들은 정부 측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규정과 기준을 마련했는지 물었다. 정정미 재판관은 “2030년부터 2050년까지 아무런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내버려 둬도 되는 것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공백이란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5년마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후퇴 금지’ 원칙에 따라 강화된 목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상 국제 신뢰도 문제와 연결돼 이행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재판관이 “이행이 중요한데 이행이 안 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묻자 정부 측 참고인인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6년 밖에 남지 않아서 녹록지 않은 목표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변론에선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을 발표하면서 ‘이중기준’을 사용한 것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하면서 감축 기준연도인 2018년에는 ‘총배출량’, 목표연도인 2030년엔 ‘순배출량’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준을 총배출량으로 통일하면 실제 감축률은 3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문형배 재판관은 “2030년도에 순배출량을 적용했는데 왜 2018년도엔 총배출량을 적용했나”라며 “개념을 섞으니 국제사회나 환경단체가 정부의 조치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정부 측은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선진국들이 사용해온 방식”이라며 “기준을 통일할지는 향후 기본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헌재는 다음달 21일 2차 공개변론을 열어 재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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