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공석’ 공수처장도 특별감찰관 꼴 나나?···대통령 감찰·수사기관 사실상 무력화

이보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지명을 미루면서 공수처장 공석 상태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에 이어 채 상병 사건 등 현 정부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장까지 장기간 공석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인사 부작위’를 통해 대통령 관련 감찰·수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임기를 마친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약 3개월째 차기 공수처장 후보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이명순·오동운 변호사를 윤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윤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후보로 지명해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수 있다.

공수처장 공백 장기화는 특별감찰관 사례와 유사하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독립 기관이다. 2014년 도입된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6년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위를 감찰하다 갈등을 빚고 물러난 뒤 문재인 대통령 시기를 거쳐 8년째 공석이다. 공수처도 대통령과 그 가족의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독립기관인데 3개월째 처장 자리가 비어 있다. 두 기관 모두 대통령 관련 비리를 다루지만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아 수장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차기 공수처장 지명이 다음달 초를 넘기면 공백은 더욱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22대 국회가 5월 30일 개원하지만 국회의장·부의장 선출, 상임위원장 배분 및 상임위원 인선 등 원구성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는 원구성이 마무리된 뒤에야 가능하다.

지휘부 공백에 따른 장애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 관련 사건이 쏟아지고 있지만 공수처는 속도감 있게 수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채 상병 사건이 고발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8개월이 지난 이달에서야 피의자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속도가 더뎌지면서 공수처가 아닌 특별검사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감사원 표적감사 사건 수사도 지난해 말 유병호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 소환조사 뒤 사실상 멈춰 있다.

대통령실이 공수처 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려고 인사를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 측근인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통화한 정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여권이 공수처장 후보로 밀었던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낙마해 윤 대통령이 지명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처럼 공수처장 자리를 계속 비워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별감찰관이나 공수처는 대통령 측이 수사·감찰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임명·지명을 더욱 신속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미룰 경우 직무유기로 대통령 탄핵 사유까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전날 성명에서 “공수처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 윤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법에 따라 공수처장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등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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