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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사심의위 10개월 간 ‘0건’ 개최···지휘부 공백 여파?

강연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지난해 7월 이후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심위는 공수처장이 회부하는 민감한 사건들의 수사 진행 방향 등을 논의하는 내부 기구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장 지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탓에 공수처 내부 기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심위는 지난해 7월 개최를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약 10개월 간 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공수처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소 여섯 차례 수심위를 개최해왔다. 수심위는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사건의 직접수사 개시 여부와 수사 진행 방향, 수사 적정성·적법성, 타 기관 이첩 요청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공수처장의 요청에 따라 수심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한다.

수심위는 공수처 수사자문단의 기능도 갖고 있다. 수사자문단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 수사의 적정성·적법성 여부와 인권 친화적 수사를 위해 필요한 자문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해 2021년 6월 만들어졌으나 수심위와 기구 성격이 겹친다는 지적을 받아오다가 올해 초 수심위에 통합됐다.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자문단 회의는 2021년 1회, 2022년 5회, 지난해 3회 열렸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심위와 자문단 회의를 합하면 한해 6회 이상 수사 심의·자문 회의가 열렸던 셈이다.

수심위가 수사자문단 기능을 흡수하면서 기구의 중요도가 높아졌지만 회의 소집 소식은 요원한 상태다. 이를 두고 공수처 지휘부 공백이 장기화되는 탓에 회의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심위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 지휘부가 ‘수심위 의견을 들어봐야겠다’고 판단해야 회의가 개최되지 않겠냐”며 “원칙적으로 두 달에 한 번씩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장, 차장이 교체됐다면 적어도 올해 한 번은 열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회에서 수심위와 수사자문단 기능이 겹친다는 지적이 있어 기구를 재정비하기 위한 과정이 있었고, 올해 1월부터는 처·차장 임기 만료로 (수심위 운영이) 올스톱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심위에 의제를 올리려면 그에 걸맞는 합당한 이슈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중요 수사 외에 논의를 할 만한 두드러진 사안도 없었다”며 “진행 중인 수사를 논의 대상에 올리면 수사보안상 문제도 있어 수심위를 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수심위 운영 계획을 묻자 “준비는 하고 있다”며 “새 처장이 임명될 경우에 대비해 관련 안건들에 대한 내부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수처는 3개월째 처·차장이 공석인 상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2월29일 최종 후보 2인으로 오동운·이명순 변호사 등 2명을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이 최종 후보 지명을 하지 않아 지휘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공수처 안팎에선 총선이 끝난만큼 조만간 윤 대통령이 처장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처장 최종 후보를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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