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고 이사장, 문제 제기하자 ‘못 견디게 해주겠다’ 말해”

임아영 기자

비리 제보 나선 하나고 교사 “학생을 기업 용역 다루듯… 정의로운 학교 만들고파”

‘성비 조정을 위해 성적을 조작했다’고 하나고 입학 비리를 폭로한 전경원 교사(46)는 2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사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학교는 무시와 은폐로 일관했다”며 “내부에서 공분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으며, ‘정의로운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어려운 일에 나섰다”고 말했다.

- 왜 폭로하게 됐나.

“2009년 9월부터 하나고 개교준비위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7년째다. (폭로하면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고 특히 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걸 알지만 정의로운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 성적 조작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은 없었나.

“전형이 마무리되면 위원들은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 교사들 몇명이 이의제기를 하면서 서명을 거부한 교사들이 있었다. 정교사 10여명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 성적 조작은 누가 지시했나.

“전형위원회 위원장인 교감이 지시했다. 한 교사는 지시를 따르지 못하겠다고 했다가 ‘이사장님의 뜻’이라는 답을 받았다. 엑셀 자료를 조작했고 (서류·면접 점수 합격선에서) 떨어진 아이들을 올렸다. 그 한가운데에 나도 있었기 때문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과 얘기를 나눈 것이 있나.

“독대하는 자리에서 ‘조용히 떠나라’고 하기에 ‘정의로운 학교를 봐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김 이사장이 ‘투쟁하겠다는 거죠. 못 견디게 해드리죠’라고 했다.”

- 오늘 김승유 이사장이 졸업생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시의회 특위 조사에 의견을 들으러 와주길 요청했고 졸업생 대표는 일부 친구들에게 "서울시의회에서 오전 10시에 하나고 특혜 청문회를 합니다. 여기에 전경원선생님께서 연루되셔서 이사장님께서는 졸업생들이 와서 봐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나고는 기업에서 사람 다루듯이 한다. 학생들이 많이 오면 내가 발언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한 듯한데 오히려 거꾸로다. 선생님은 학생들 앞에서 더 정직하게 말하려고 한다. 오늘 제자들이 내게 문자를 보냈다. 김 이사장은 기업 마인드로 생각하니까 용역을 동원하듯이 학생을 동원하려 하는 것이다. 학교는 21일 나를 직위해제하기로 했는데 시의회 행정사무조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는 것을 알고 징계를 유보한 상태다.”

- 시의회에서 MB 정부 실세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도 밝혔다.

“교직원회의 자리에서 젊은 교사 2명이 문제제기를 했다. 피해 학생들이 쓴 진술서를 가지고 있었고 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지 않느냐는 이의제기였다. 나는 금융업 종사자가 아니고 교사다. 졸업생들에게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건 부끄럽지 않을 일을 하라’고 글을 줬다. 오늘 행정사무조사를 보면서 회의를 많이 느낀다. 학교는 늘 해결 의지가 없었다.”

- 3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면서 징계위에 오른 것인가.

“하나고는 교육부-시교육청 교원평가 외에 하나고 양식으로 또 다른 상대평가식 교원평가를 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한 상대평가다. 연구부장으로 있을 때 도저히 부원 선생님들 평가를 할 수 없어서 ‘평가 불가’라고 써서 냈다. 그런데 학교는 ‘평가 불가’는 거부라고 하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 2013년에도 인권위에 진정을 한 일이 있다.

“사회적배려대상자 학생들의 가정조사서를 학교에서 받아오라고 했다. 가난한 아이들을 조사한다면서 보증금 및 월세, 부모 한 달 월급, 자동차 종류 및 연식까지 이해할 수 없는 항목이 들어있었다. 그걸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전화해서 알아보게 했고 한 교사가 한 학부모가 울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조회 때 문제제기를 했지만 교장이 법률적으로 문제없다고 나왔다. 이후 인권위에 진정을 넣으니 당시 인권위가 중재에 나섰고, 학교에서 내년부터 가정조사서를 쓰지 않겠다고 하니 각하 처리하겠다고 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