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고, 남학생 늘리려 입시 조작” 현직 교사 폭로

임아영 기자

현직 교사 “점수 엑셀파일 고쳐 여학생 떨어뜨려” 폭로

지시 불응하자 “이사장님 뜻” 강요…교육청 “특별감사”

서울 지역 첫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에서 남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서류·면접 성적을 바꿔치기하는 입학 비리를 저질렀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경원 하나고 교사는 2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이 ‘남학생들을 많이 뽑아야 학교에 도움이 된다’면서 2010년 개교 이래 서류평가와 면접 점수를 합산한 엑셀 파일을 조작해 여학생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남학생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줬다”고 말했다. 2010년과 2014년 입학전형위원을 맡았던 전 교사는 이날 서울시의회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에 참석해 “(학교 측으로부터 남학생 수를) 조정하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2010년 3월 개교한 하나고는 매년 남녀 모집정원 공지 없이 서울 전역에서 일반전형 120명, 임직원자녀전형 40명,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 40명 등 2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해왔다. 전 교사는 “일반전형 120명을 뽑을 때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합산한 결과를 내면 100~120등 사이의 여학생 지원자를 대상으로 떨어뜨리고 그 아래 남학생 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줘서 120등 위로 올린 것”이라며 “모든 전형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서류 평가 때부터 남학생에게 점수를 잘 주라는 지시도 받았다”며 “한 교사가 지시를 따르지 못하겠다고 하자 ‘이사장님의 뜻’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정철화 하나고 교감은 이날 행정사무조사에서 “하나고는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남녀 숫자 조율이 필요하다”며 “2013년 7월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기숙사 수용 문제를 감사위원이 수긍했다”고 주장했다.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도 “학사 결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며 “교육 당국에서 이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김형남 감사관은 “2013년 7월 감사보고서를 보니 서류심사 번호를 매길 때 무작위로 번호를 부여하지 않은 것, 심사자료를 봉인하지 않은 것, 전형위원들을 기숙사에서 격리시키지 않은 것 등 몇 가지가 지적됐다”며 “기숙사 사정에 의해 그럴 수 있다고 당시 감사위원이 이해해준 내용은 보고서에 없다. 허위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의회 특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특별감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의회의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하나고의 자사고 전환 과정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구성됐다. 특위는 부지 임대차 계약, 단 하루가 소요된 자사고 전환 과정, 학생 모집, 기간제 교사 채용 과정 등을 진상규명 항목으로 잡고 있다. 시의회 행정사무조사는 2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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