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제도 폐지’ 목소리 커지지만…학생들은 “안전한 현장 만드는 게 우선”

이하늬 기자·강한들 기자

표준협약서 얽매인 ‘학습’
‘최저임금 이하’의 대우뿐
제대로 된 현장 경험 절실

제도 폐지해도 졸업하면
‘죽음의 현장’ 현실은 여전
폐지가 대안인지 의구심

여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고를 계기로 현장실습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장실습생이 ‘저임금 노동력’으로 자리 잡은 현실에서는 어떤 개선책을 내놔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미성년 실습생들이 희생되는 고리를 끊자는 취지이지만 현장실습제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과연 대안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당장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들조차 그나마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이유로 현장실습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에요. 이런 사고가 있을 때마다 제일 무서운 건 곧 현장실습을 나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이거든요.” 3년 전 특성화고를 졸업한 A씨(22)의 말이다. 그는 현장실습제도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용을 전공한 A씨는 3학년 2학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 근로계약서가 아닌 ‘표준협약서’만 쓰고 일을 시작했다. 2017년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에 따른 것이었다. 현장실습생 사고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학습 중심’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A씨가 처한 현실은 ‘값싼 노동’일 뿐이었다. 기술은 배울 수 없었고 미용실 청소가 주된 일이었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면서 초과노동을 했다. A씨는 “위험한 현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교육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는 ‘복교’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A씨는 현장실습제도 폐지에 반대한다. 특성화고 학생 상당수가 취업을 목표로 진학하고 있으며, 현장실습은 취업 전에 ‘진짜’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라는 것이다. A씨는 현재 미용업계에서 일하지 않지만 당시의 경험이 진로 변경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자동차 정비회사에서 일하는 장모씨(19)도 ‘제대로’만 된다면 현장실습제도가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책으로 배우는 것과 현업에서 배우는 건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현장실습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77.4%에 달했다.

현장실습제도가 없어진다고 해서 ‘갑자기’ 현장이 안전해지지 않는다는 점도 폐지론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다. 이소영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조직국장은 “죽음의 현장은 졸업 전이나 후나 똑같다”며 “오히려 졸업 후에 사고가 난다면 학교·교육부만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아파트 외부 유리창 작업을 하던 20대 청년이 추락해 숨졌다. 2018년에는 경기 남양주시에서 이마트 무빙워크를 점검하던 청년이 기계에 몸이 끼여 숨졌다. 모두 특성화고 졸업생이었다. 특성화고 출신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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