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이후, 학교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하늬 기자

“WITH YOU(위드유)”, “WE CAN DO ANYTHING(위캔두애니싱)”, “ME TOO(미투)”

2018년 4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에는 이런 문구가 쓰인 종이가 붙었다. 졸업생들이 겪은 성폭력을 고발하자 재학생들이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이후 ‘스쿨미투’는 전국 100곳 남짓의 학교로 확산됐다. 4년이 지났다. 학교는 얼마나 변했을까.

지난 2019년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HJ 비지니스센터에서 ‘스쿨미투 이후 교육분야 양성평등 정책 성과와 과제’란 주제로 온·오프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교육현장에서 추진된 성평등 정책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부는 성평등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019년 5개에 불과하던 시·도교육청의 성희롱·성폭력 전담조직을 지난해 15개까지 확대했다. 올해에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모두 설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담조직 설치 여부를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 반영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또 학교 내 불법 촬영과 관련해 2020년 초·중·고·대학 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전수 점검했고, 이후에는 연 2회 이상의 불시점검을 정례화했다.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대학들은 올해 3월부터 학내에 전담기구(인권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또 교육기본법 개정으로 역시 3월부터 학교장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지침에 따라 성교육, 성인지교육, 성폭력 예방 교육 등 성평등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신선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교육기본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계획과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성평등 담당 조직이 있는 교육청·지원청은 150개 중 27.3%에 불과하다. 또 초·중·고등학교의 96.1%에 성평등 업무담당자가 있지만, 이중 성평등 업무만을 담당하는 사람은 1.6% 수준이고 98.4%는 다른 업무를 병행한다.

이에 신 연구위원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성평등 교육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식 전달보다 학교 생활 전반에 걸쳐 성평등 이념이 스며들고, 일상에서 성평등이 실천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 총론에 대한 성인지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이선미 경남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교사는 “교사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교사들의 왜곡된 인식과 성차별적인 인식이 결국 해당 학교 문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현재 ‘성폭력’과 ‘안전’만을 강조하는 성평등 교육, 성폭력 교육은 비본질적이고 왜곡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사건이 중심이 아닌 반성폭력 학교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스쿨미투 이후 학교가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양성평등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성과를 만들어왔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토론회를 계기로 교육분야 양성평등 정책이 더 내실있게 마련되고 현장에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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