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육청에 22조원 쌓였다는데···‘교부금’ 줄여야 할까

김나연 기자

교부금, 넘치면 ‘삭감하자’ 부족하면 ‘사업 차질’

세수 따라 들쭉날쭉···“불안정성 해소 필요”

전국 교육청에 22조원 쌓였다는데···‘교부금’ 줄여야 할까

지난해 전국 시·도 교육청이 쌓은 기금이 22조원을 넘기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교육청이 ‘여윳돈’을 쌓아두고 있으니 교육청으로 내려가는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금은 교부금이 감소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의 재원이라며, 교부금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21일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를 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총 기금은 22조1394억원으로 편성됐다. 2021년(6조1268억원)과 비교하면 3.6배로 늘어났다.

교육청이 쓰지 않고 ‘저축’하는 기금은 지속해서 늘었다. 추경을 포함한 최종 예산 기준으로 전국 시·도교육청 기금은 2018년 4763억원에서 2019년 1조7833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 2020년에는 2조9703억원으로 더 늘었다. 여기에 더 속도가 붙어 지난해에는 20조원대를 넘어섰다.

최근 기금 편성 규모가 급증한 것은 교육청으로 내려가는 교부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된다. 2021년과 지난해 세수 호황으로 교부금이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두 차례 추경으로 본 예산보다 10조855억원 증가했다.

교부금 제도는 1971년 교육 재원 확보가 국가 발전에 중요하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최근에는 당시보다 교육 여건이 개선됐고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어 제도를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교부금 개편 방법으로는 학령인구 추이를 반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재정여력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현재 내국세수에 기계적으로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방식은 6~17세 학령인구의 변화를 반영하고, 초·중·고 교육투자의 안정적·합리적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했다.

교부금 규모를 무턱대고 줄이면 교육청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부금의 60% 정도는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로 소요되기 때문에 교부금이 줄어들면 결국 사업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학력 격차 해소 등 새로운 교육 과제들이 등장하는 만큼 앞으로 얼마나 재정이 필요할 지 지금은 추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15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교육감 특별위원회’는 ‘고등교육특별회계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문’을 내면서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하다”며 “미래 교육 수요를 반영한 보다 적극적인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부금의 규모보다 불안정성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교부금을 산정하는 구조 상 앞으로 경기 불황 등으로 세수가 줄어들면 교부금도 급속히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앞서 2014년과 2015년, 2020년에는 세수 부족으로 교부금이 감소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교부금이 예상보다 줄어들었는데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해야 해 교육청들이 지방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교육청은 예상치 못하게 교부금이 줄어들면 기금을 사업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기금은 교부금이 줄었을 때 가용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로, 일종의 보험 성격이기 때문에 기금이 늘어난 것은 불안정한 교부금에 대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일”이라며 “교부금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방안을 강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