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현장 대혼란…“대통령 성향 따라 수능 예측하기는 처음”

이유진·이홍근 기자

윤 대통령 발언 이후 학원가
학생들 “당장 9월 모평 걱정”
학부모 “아마추어적” 반발

시험 5개월 앞둔 시점·내용
전문가들도 “부적절” 입모아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입시학원 입구에는 ‘9월 모평(모의평가) 대비 전 과목 완성반 7월 중순 개강’이란 광고글이 내걸려 있었다. 주말에도 학생들로 가득 찬 강의실은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해 보였다. 이 학원 고3 상담실장은 “당장 9월 모평은 어떻게 되는 거냐는 고3 학부모 연락이 빗발쳤다”고 했다. 그는 “한 어머니는 ‘대통령 스타일상 발언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고도 하더라”며 “대통령 성향을 보고 수능을 예측하는 일은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출제 방향 가이드라인에 현장은 ‘대혼란’이었다. 재수생 자녀를 둔 김모씨(49)는 “엄마들 단톡방이 뒤집혔다”면서 “수능 입시도 경험해보지 않은 대통령이 출제 방향을 언급하는 건 아마추어적”이라고 했다. 고교 3학년생 양모군(18)은 “6월 모평 결과도 안 나온 시점에서 당장 9월 모평이 걱정”이라며 “특히 비문학 국어 문제를 콕 집어 말했는데 응용 문제를 배제하면서 변별력을 어떻게 (보장)할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시기와 내용 모두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 A씨는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한다는 메시지는 어느 때나 있었다”며 “수능 킬러 문항을 줄이고 교육과정 안에서 낸다는 취지는 좋지만, 변별력이 떨어지면 동점자가 늘고 반수생, 재수생이 증가하게 되면서 오히려 사교육 시장으로 수험생이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입시는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관심을 두는 집단이 많아 전문가의 입을 빌려 신중하게 나와야 하는데, 이런 얘기가 최고통치권자의 입에서 여과 없이 나온 것이 혼란을 야기했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와 ‘과목 융합형 문제’를 동시에 지목하며 “불공정하다”고 발언한 데 대해 “융합형 접근은 시대적인 흐름”이라며 “대통령이 봤을 때는 융합형 같은 고난도 문제가 사교육 카르텔과 연결됐다고 보고 발언을 했겠지만 전문가로선 카르텔이다, 아니다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유명 학원강사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수험생들이 겪을 혼란을 우려했다. 현우진 수학강사는 인스타그램에 “애들만 불쌍하지”라며 “지금 수능은 국·수·영·탐 어떤 과목도 하나 만만치 않고,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이라고 썼다.

이원준 국어강사도 인스타그램에서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특히 윤 대통령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목한 비문학 영역에 대해 “수능 비문학은 비판적 사고력을 배양하려는 세계적 추세에 맞는 시험”이라며 “수능 비문학을 무력화하면 수능 국어 시험은 인공지능 시대에 고전문학이나 중세국어 위주로 가게 되고, 한국 엘리트들은 국가 경쟁력을 잃고 뒤처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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