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중 82%가 지방의대 몫…미니 의대도 최대 3배 확대
교수진·강의실 등 교육환경 마련 숙제…5월 입시요강 발표
의대 정원 증원의 핵심 내용은 비수도권 지역 거점국립대 의대 정원을 각 대학당 200명 규모로 늘린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 일부 의대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의대보다 규모가 커지게 됐다. 정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충북대의 경우 현재 49명에서 내년 151명이 증가한다. 지역 의료를 강화하고, 대학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교육의 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의료교육 부실에 대한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일 공개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 결과’를 보면 늘어난 2000명은 경기·인천 지역에 361명(18%), 비수도권에 1639명(82%)이 배분됐다. 교육부는 “의료 여건이 충분한 서울 지역은 신규로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체 의대 정원 중 비수도권 의대 비중은 6%가량 늘어 70%를 넘어서게 된다. 전국 40개 의대 현재 정원은 총 3058명으로, 수도권 13개교가 33.8%(1035명)이고 비수도권 27개교가 66.2%(2023명)였다. 이번 증원 배분 결과에 따라 의대 정원 5058명 중 수도권 정원 비율은 27.6%(1396명)로 감소했고, 비수도권은 72.4%(3662명)로 확대됐다.
이번 정원 증원 배분의 최대 수혜자는 ‘비수도권 지역 거점국립대’였다. 비수도권 거점국립대 중 충북대·경상국립대·경북대·충남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 등 7곳의 의대 정원은 200명으로 늘었다. 이는 서울대(135명), 연세대(110명), 고려대(106명) 등 서울 주요 의대 정원보다 큰 규모다. 강원대는 49명에서 132명으로, 제주대는 40명에서 100명으로 늘었다.
특히 충북대는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정원이 네 배 이상 늘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충북대가 거점병원의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200명으로 맞춰주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됐다”며 “전북대 등과 비교했을 때 기존 정원 자체가 너무 소규모로 적었다”고 말했다.
거점 국립대 외에 정원이 50명 미만인 비수도권 ‘미니 의대’ 정원도 대폭 확대됐다. 그간 소규모 의대는 교수진 등 의대에 투입되는 자원에 비해 정원이 지나치게 적어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정원이 40명으로 가장 적었던 울산대와 단국대(천안)는 120명으로 세 배 늘어 비수도권 미니 의대 중 가장 많이 증원됐다. 이 밖에 기존 40명이었던 대구가톨릭대는 80명, 건국대(충주)·을지대는 100명으로 증원됐다. 가톨릭관동대·동국대(경주)·건양대·동아대는 기존 49명에서 100~120명으로 늘어났다. 경인 지역에서도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이 확대됐다. 경인 지역 의대의 평균 정원은 42명으로, 서울(103명)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가천대·성균관대·아주대는 기존 40명에서 120~130명으로 늘어난다. 차의과대와 인하대도 정원이 두 배 이상 신규 배정됐다.
앞으로 대학들은 늘어난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교육여건과 교수진 등을 갖춰나가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별 교육여건을 고려해 정원을 배분했다고 했으나, 당장 내년부터 두 배 이상의 강의실과 해부용 시신 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지방 의료 현실을 감안한 건 이해하지만 수도권 의대가 기초교육, 의학교육, 임상교육 등 교육여건 관점에서 더 여력이 있는 편”이라며 “일부 국립대들은 당장 교육여건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