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의사회 “피부과 전문의약품 해외직구·중고거래 위험천만”

박효순 기자

대한피부과의사회(회장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대표원장)가 14일 피부과 전문의약품 불법유통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의 온라인 판매 광고 적발은 2016년 2만4928건에서 2019년 3만7343건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5년(2015~2020) 동안 16만 건 가까운 전문의약품 온라인 판매 광고가 적발된 가운데 이 중 7%(1만 여건) 정도가 피부질환 치료제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준 회장은 “반드시 의료진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 온라인 직구 사이트 등을 통해 불법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최근엔 판매 행위가 중고 거래 플랫폼과 SNS 등으로 확대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거래 품목은 탈모치료제이다. 탈모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눠지는데, 국내에서 가장 흔한 유형은 남성형 탈모이다. 남성형 탈모 치료에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 등의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약물치료가 주로 사용된다. 피나스테리드의 오리지널 제제는 ‘프로페시아’인데, 현재 직구 문제가 되고 있는 제품은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제네릭 제제(복제약)인 ‘핀페시아’로 알려져 있다. 국내 허가된 제품들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불법임을 알고도 이를 찾는 탈모 환자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피부과의사회는 분석했다.

문제는 핀페시아가 국내에 허가된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효능을 담보할 수 없고,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탈모 환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핀페시아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로 언급되는 부작용은 발기부전, 사정장애, 무기력증, 여성형유방증 등이다. 핀페시아를 복용하다. 탈모 증상이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다수 확인된다.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 총무이사(오킴스피부과 원장)는 “탈모는 유형에 따라 치료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올바른 진단이 선행 되어야 한다”면서 “핀페시아와 같은 무허가 제네릭 제제는 오리지널 제제와 효능, 안전성이 동일하다는 검증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통 과정도 불분명해 불순물 혼입 위험이 높고 부작용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불법 거래는 탈모치료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는 이소트레티노인 제네릭 제제인 ‘아큐파인’의 불법 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당 제제는 태아 기형 등 부작용 우려 때문에 해당 약을 처방 받을 때에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약 또한 SNS에서 검색만 하면 구매대행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포진치료에 사용하는 아시클로버 제제 또한 해외 불법사이트 및 구매대행사이트에서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제는 현재까지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만 하면 구매대행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전문의약품 거래는 현행법상 명백히 불법이다. 약사법에 따라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으며, 정보통신망을 통해 의약품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감시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상준 회장은 “전문의약품 오남용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약사법 상에서는 판매자만 처벌이 되는데 앞으로는 구매자에 대한 처벌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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