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게임체인저' 될까

이창준 기자
미국 제약사 머크사(MSD)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MSD 제공

미국 제약사 머크사(MSD)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MSD 제공

최근 미국 등에서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향후 코로나19 상황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존 항체치료제에 비해 투약 방식도 간편하고 중등증 환자에게도 일부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빠른 선구매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비해 아직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며 치료제의 도입과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백신 늑장 도입’ 논란으로 비판을 받아온 정부도 이런 측면들을 감안해 고심하는 기류다.

■주사 아닌 ‘먹는’ 치료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정맥 주사를 통해 투여하는 ‘렘데시비르’나 ‘렉키로나’ 등의 항체치료제와 달리 입으로 먹어 복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투약이 간편해 상용화가 쉬울뿐더러 경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주로 투여되는 항체치료제와 달리 중등증 환자에게도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코로나19 상황의 ‘게임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다. 효과와 간편성 측면에서 비슷한 독감 인플루엔자 경구용 치료제 ‘타미플루’에 비견되기도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경구용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제약사는 미국 머크 사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사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긴급 사용승인 신청을 목표로 현재 임상 3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타미플루를 개발한 스위스 로슈사나 미국 화이자사 등도 자사 치료제의 임상 3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진원생명과학이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등 5개국에서 임상 2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선구매 필요성…“백신처럼 늑장 대응 안돼”

정부는 경구용 치료제 선구매를 위해 올해 추경 예산 168억원과 내년 정부 예산 194억원을 편성해 이들 해외 제약사들과 치료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머크 사가 주요 협상 대상으로 거론된다. 머크 사의 치료제 1명분 가격은 90만원 수준으로 올해 추경 예산으로는 총 1만8000명분 가량의 경구용 치료제만 구매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물량으로는 향후 코로나19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예산을 더 투입해 더 많은 물량의 치료제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백신 선구매 당시 주요국에 비해 대응이 늦어 이후 접종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머크사와 170만 명분의 치료제 선구매 계약을 마쳤다. 머크사는 올해 1000만 명분 가량의 치료제만 생산할 계획이다.

■비싼 가격…“효과도 불확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치료제 1코스(1명분·하루 2알, 5일 복용)당 90만원을 호가한다. 모든 환자에게 다 투여할만큼 많은 양을 구매할 수도 없을 뿐더러 정확한 임상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제한된 치료제를 누구에게 우선적으로 투여할 것인지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확진자 수에 따른 적정 구매량을 설정하기도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격이 너무 비싸 경증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는 누구에게 처방하고, 어떻게 투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부재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아직 임상 3상시험 결과도 나오지 않아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며 “(올해 선구매가 가능한) 1만8000명분이 부족할지 남을지 조차 현재로썬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긴급 사용 승인까지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외 제약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경구용 치료제가 현 유행 확산 저지와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긴급승인 여부는 언제든지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 유행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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