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3)

이젠 감염 숫자와의 싸움…공포 아닌 사회적 경계심·효능감 자리 잡도록 소통 나서야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전문가 기고③]이젠 감염 숫자와의 싸움…공포 아닌 사회적 경계심·효능감 자리 잡도록 소통 나서야

점차 더 많은 지역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델타 변이를 누르고 우세해지면서 관련 대응책의 사회적 수용력을 높이려는 각국 정부의 분투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쓰나미’나 ‘해일’로 비유되는 감염 폭증이 현실로 펼쳐질 때 정부 당국의 위험 소통은 어떠해야 하는가.

오미크론 소통 문헌의 공통된 조언은 ‘위험의 크기를 다시 정확하게 측정해서(re-calibrate the risk)’ 이를 누구보다 먼저, 곧바로 알리라(be first)는 것이다. 이 과정이 효과적이려면 지난 2년의 코로나19 위험 소통에서 드러난 문제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기에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정부 당국은 현 상황을 관통하는 위험의 ‘핵심 메시지’(bottom line)를 제대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정보는 늘 양적으로 ‘우세종’이었지만, 그것이 곧 위험의 이해와 판단을 높여주지 않는다. 특히나 오미크론 위험은 델타보다 개인의 감염을 조금 가볍게 할지 몰라도, 공중보건의 관점에서는 델타보다 무차별적으로, 또 더 가파르게 감염을 확산시키며 보건의료체계에 심각한 과부하를 예고한다. 우리의 대응이 신속히 달라지지 않으면 생명과 삶을 잃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바로 내 가까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관건은 당연시해온 검사, 격리, 치료에 우선순위를 적용하는 등 숫자가 가하는 압박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오미크론 대응이 ‘상황 적합성’을 갖추는 것이다. 당면한 위험의 본질을 국민과 사회가 ‘함께’ 직시하도록 정부 당국의 소통이 전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오미크론 우세화가 불러올 감정촉발 대응 소통 전략도 중요하다. 개인의 위험 인식은 바이러스 정보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정부 대책이 기대한 것보다 효과가 늦거나, 현장과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신호가 잡히거나, 혹은 내게 중요한 가치와 존재를 향해 예상 밖의 피해가 예고되면 불안과 혼란이 커진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 문제 해결의 통제감을 낮추는 대신 불확실성을 높임으로써, 현실을 ‘비정상’의 위기로 감지하게 만든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차곡차곡 요령을 갖췄고 오미크론에 대응할 의학적 지식과 정책적 수단도 전보다 늘어났다. 따라서 공포가 아니라 사회적 경계심으로 무장하고, 전보다 많이 준비된 것들을 통해 확실히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효능감이 국민의 마음에 자리 잡도록 돕는 소통이 필요하다.

끝으로 오미크론 긴급사태에서 권고행위가 최대한 촉진(promote action)되도록 특별히 소통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행위 증가율 자체보다 ‘정부 당국의 정보와 소통은 정직하고, 믿을 수 있다’는 국민 신뢰(be credible) 강화를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강요나 강제가 아니라 국민의 위험 인식과 대응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쳐서 사회의 위험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위험 소통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득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했는가’ ‘다양한 당사자가 원하는 정보는 충분히 확보됐는가’ ‘참여와 선택의 여지를 없애는 등 심리적 반감을 일으키는 메시지는 없는가’ 등 문헌의 조언을 참고하여 권고행위 증가에 ‘집중력’을 발휘하되, 신뢰를 기준으로 잘한 것과 잘하지 못한 것을 구분하고 후자를 개선할 통찰과 대안을 조속히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 당국은 방역 조치를 알아서 마련하고, 국민에게 참여를 요청하고, 협조에 사의를 표현했다. 7000명대 확진은 시작에 불과하며 전보다 몇 배 많은 국민이 재택치료와 격리에 돌입할 상황을 앞두고 그런 수직적 방향의 소통은 현실적이지 않을 듯하다. 정부 당국과 국민이 서로 위험의 눈금을 정확히 맞추고, 오미크론 대응 행동을 최대한으로 촉진하도록 집중력을 발휘하되 전 과정에 신뢰를 최우선시하는 소통이 필요하다. 이번 고비를 넘기면 팬데믹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불확실성 속에 불거져 나온 이 희망적 기대도 일단 오미크론 고비는 넘겨야 한다. 우리 사회의 오미크론 위험 소통이 그 고비를 넘는 시간을 앞당기고 과정 역시 덜 고될 수 있도록 효과를 내기를 바란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