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린 돌보미 “일손 부족해서”…중증장애인들 재택치료 돌보는 현실

윤기은 기자

재택치료 장애인 증가세
민간이 떠안은 돌봄 노동
방역복 등 공공지원 부족
교육 이수한 사람 많은데
돌봄 자원자 찾기 어려워

이달 초 코로나19에 확진된 장애인 활동지원사 2명은 자신의 건강을 돌볼 틈도 없이 같은 병에 걸린 중증장애인 부부를 돌봐야 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중증장애인 부부 중 한 명은 청각·언어·지체장애를, 다른 한 명은 지적뇌병변장애를 앓고 있어 스스로 방역 담당 공무원과 소통하거나 자가치료를 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며칠간의 재택치료에도 건강이 악화된 부부는 병원에 입원했고, 남겨진 일곱 살배기 자녀는 다른 활동지원사의 손에 맡겨졌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재택치료를 받는 중증장애인 환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상대로 한 ‘돌봄 노동’은 민간에 떠맡겨지고 있다. 장애인을 돕고 있는 활동지원사에 대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물적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19에 걸린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감염을 우려해 코로나19 환자 돌봄을 꺼리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확진된 장애인을 돕는 활동지원사에게는 격리기간인 7일 동안 시간당 수가를 2000원씩 가산해 주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는 박길연 민들레장애인야학 교장은 “활동지원사 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많지만 코로나19에 확진된 장애인과의 연결을 원하는 사람은 적다”며 “수십명의 지원사가 파견 요청을 거절한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의 지원이 미미한 수준에 그쳐 있는 것도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돌봄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활동지원사를 위해 방역복, 마스크, 소독제 등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서울시 등 일부에 국한된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자립재활센터에 별도의 방역 물품을 제공하지 않고 기존 센터 운영비 내에서 물품 조달을 권고했다. 활동지원사 이모씨(65)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장애인 집에 방문한 후 자가진단키트 등 방역 물품을 모두 스스로 준비했다”며 “저와 주변 사람 건강이 염려돼 확진자 집에서 근무하는 것은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장애인을 둔 집안에서는 돌봄 부담이 고스란히 가정으로 옮겨지고 있다. 강숙영씨(43)는 자폐장애를 겪는 아들(17)이 지난 13일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홀로 집에서 장애인 아들과 비장애인 자녀 2명을 돌봐야 했다. 강씨는 “아들을 돌보던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감염이 우려돼 재택치료 기간 도움을 요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코로나19에 걸린 중증장애인에 대한 돌봄이 공적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백남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상임대표는 “60세 미만이더라도 장애인이라면 집중관리 대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집중관리군이 되면 재택치료키트가 배달되고 하루 2회 의료기관의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집에 격리된 장애인이 활동지원사나 의료기관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가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