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국 473명 감염된 원숭이두창···질병청, ‘관심’ 경보 발령

허남설·김향미 기자
원숭이두창 진단검사용 용기. 로이터·연합뉴스

원숭이두창 진단검사용 용기. 로이터·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이 31일 유럽·북미에서 확산 중인 ‘원숭이두창’에 대해 ‘관심’ 단계의 감염병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관련 대책반을 가동하고 법정감염병 지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원숭이두창은 최근 영국·포르투갈·캐나다 등 31개국 473명이 감염되며 빠르게 번지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감염고리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백신 면역이 없는 40대 이하 세대의 전염을 변수로 꼽기도 한다.

질병청은 전날 감염병위기관리전문위원회 자문과 이날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한 사실을 밝히면서 “유럽에서 특정 집단 중심의 사례가 보고됐고 향후 추가 사례가 지속 발생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며 “질병 자체의 영향력은 낮으나, 고위험집단에서 노출될 위험이 높기에 위험도는 ‘중간’으로, 일반인에서는 발생 가능성이 낮으므로 위험도는 ‘낮음’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질병청은 “관심 단계는 해외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 시 발령하는 조치”라며 “아직 국내 발생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확인될 경우엔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정감염병 지정은 고시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질병청은 개정 전에도 의심환자 신고, 역학조사, 치료기관 지정, 격리대응 등 감염병 대처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법정감염병(1~4급)으로 지정되면 신고 시기·범위에 대한 의무가 발효된다. 사람두창(천연두)은 현재 발견 즉시 신고 의무가 있는 1급 감염병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현재 31개국에서 확진자 473명, 의심자 136명이 나왔다. 스페인 116명, 영국·아일랜드 106명, 포르투갈 96명, 캐나다·네덜란드 각 26명, 독일 22명, 프랑스 16명, 미국 14명, 이탈리아 12명 등이다. 사망자 보고는 아직 없다.

WHO는 지난 29일 “최근 몇몇 비풍토병 국가에서 원숭이두창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한동안 전염이 감지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으며, 비풍토병인 국가도 풍토병 국가 수준으로 감시를 강화해 더 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은 카메룬, 콩고, 가봉, 가나,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남수단 등 국가에선 풍토병이지만, 최근 감염 사례는 비풍토병인 유럽·북미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풍토병 국가로의 여행 등 연결고리가 분명하지 않다.

WHO에서 원숭이두창 긴급대응 책임자인 로자먼드 루이스 박사는 지난 30일 웹 세미나에서 “현재로선 세계적인 팬데믹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느 정도로 퍼져있는지, 무증상 감염 사례가 있는지, 홍역이나 코로나19처럼 공기 전염이 가능한지가 불명확하다고 했다.

원숭이두창은 얼굴, 손, 발, 생식기 등에 수포·발진을 일으킨다. 열이 나거나 림프절이 붓거나 두통, 근육통, 기력저하를 동반하기도 한다. WHO는 사람두창 백신으로 원숭이두창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원숭이두창 풍토병 국가에서 사람두창 백신을 접종한 결과 85% 수준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다만 WHO가 사람두창 박멸을 공식 선언하고 백신 접종을 중단한 198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면역력이 전혀 없어 이번 원숭이두창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관련 기사

| WHO "원숭이두창, 팬데믹 가능성 낮지만 정보 불충분 인정"

| 방역당국 “원숭이두창 국내유입 배제 못해…발열체크 등 감시 강화”

원숭이두창 관련 WHO 링크| Monkeypox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