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저소득 69만명…“대안은 기본생활보장제”

허남설 기자
지난 7월13일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이 구인 게시판 앞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13일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이 구인 게시판 앞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기초생활보장 등 기존 복지제도 수급을 받지 않는 만 19~64세 저소득층이 6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등 명목상으로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복지 대상자가 안 되거나, 불안정 노동을 하며 적은 임금을 받는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초점을 둔 복지에서 더 나아가 이 사각지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별도 복지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근로연령층 사회보장 현황과 복지-고용서비스 연계 방안>(김태완·이주미·김기태·정세정·오성욱·송치호)을 보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만 19~64세를 분석한 결과 중위소득 30% 이하 42.3%(21만명), 중위소득 30~40% 28.8%(19만명), 중위소득 40~50% 31.3%(29만명) 등 약 69만명이 어떤 소득보장 제도 지원도 받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 공적연금, 근로장려세제, 실업급여, 긴급복지 등 수급 여부를 살펴본 결과다.

원래 중위소득 30~50%는 의료·교육급여, 중위소득 30% 이하는 생계급여 등 기초생활보장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만 19~64세는 질병 등 의료서비스나 교육비 수요가 당장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당사자와 당국의 판단이 엇갈리며 생계급여 수급자가 안 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중위소득은 전체 인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로 사회보험 적용 여부도 분석했다. 전체 만 19~64세 중 고용보험 대상자가 아닌 비율은 46.1%, 중위소득 50% 미만으로 한정하면 76.7%로 높아졌다. 고용보험 대상자이지만 가입하지 않은 비율은 전체에선 20%였지만 중위소득 50% 미만에선 40%였다. 소득이 낮을수록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였을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근로연령층에게 지원이 가능하고, 영세자영업자·불안정근로자 등을 포괄하도록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한국의 높은 가계지출도 지적했다. 주거·의료·교육·교통·통신 등 ‘핵심생계비’ 지출 비율이 한국이 높은 편이란 분석 결과도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한국과 유럽 8개국의 가구 핵심생계비 지출 부담’(김기태·이주미)을 보면, 이 지출 비율은 한국이 47.2%로 스웨덴(42.6), 영국(39.8), 프랑스(36.7) 등 8개국보다 많았다.

그간 노인·장애인·아동 등이 복지제도에서 우선시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연령층은 대상에서 밀렸지만, 최근엔 이 사각지대까지 지원하는 기본소득, 음의 소득세, 최저소득보장제도 등 개혁적 해법이 논의되는 사회적 흐름도 존재한다.

연구진은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가칭 ‘국민기본생활보장지원제도’를 제시했다. 기존 긴급복지지원제도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합, 발전시켜 소득보장과 고용을 연계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취지다. 고용과 연계해 실업급여뿐만 아니라 월세·에너지·연금·약제비·전화·공과금 등에 대한 보충급여를 지원하는 호주 등 해외사례를 참고했다. 만 19~64세 실업자·저소득근로자뿐만 아니라 구직활동자나 휴·폐업 중인 소상공인, 창업준비생 등을 포함해 중위소득 100% 혹은 75% 이하를 기준으로 삼아 생계·주거급여를 최장 3년까지 지원하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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