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폭염’…저소득층 절반은 에어컨도 못 튼다는데

김향미 기자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일 서울 종로구 한 쪽방촌에 수증기로 더위를 식혀주는 ‘쿨링포그’가 나오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일 서울 종로구 한 쪽방촌에 수증기로 더위를 식혀주는 ‘쿨링포그’가 나오고 있다. 한수빈 기자

폭염이 이어지면서 연일 수십 명의 온열질환자가 나오고 있다. 개인이 처한 경제·사회적 환경이나 신체적 대처 역량이 다르므로 건강피해도 달리 나타난다. 노인과 저소득층, 야외노동자 등 폭염 취약계층(민감계층)에 대한 대응책을 대상별로 세분화하고 ‘냉방복지’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 전국에서 6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장마가 끝난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온열질환자는 총 431명(일평균 71.8명),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10명이다.

지난 5월20일부터 7월31일까지 질병청 감시체계에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191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051명이었다. ‘역대급 폭염’이 닥쳤던 2018년(2355명) 이후 가장 많다.

올해 온열환자 현황을 살펴보면 발생 장소는 실외 작업장(31.5%)이나 논밭(14.3%)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8.3%에 달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12월 발간한 ‘폭염 민감계층의 건강피해 최소화 방안’ 보고서에는 그해 8월 1500명을 대상으로 폭염 관련 실태를 조사하고 노인·저소득층·야외노동자 등 폭염 취약계층 21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가 실렸다.

노인과 저소득층은 일반 인구집단보다 에어컨 보유율이 낮았다. 또 에어컨이 있더라도 전기료 등을 이유로 절반 이상(노인 64.5%, 저소득층 68.6%)이 이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거주지의 환기가 어렵다는 응답(15.2%)이 일반 인구집단(8.6%)보다 많았는데 이 때문에 더위를 피할 다른 장소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저소득층은 공공시설(경로당·복지관·대중교통 등)을 더위 회피 장소로 활용했지만 이용 수준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공간 확대와 홍보 등을 통해 더위 회피 장소로서 공공기관의 역할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거주지에서 가까운 민간시설(은행·백화점·마트·카페 등) 자원의 활용·협력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기자와 통화에서 “쪽방촌 등 열악한 거주지에서 홀로 지내시는 분들이 가장 취약한데 앞으로는 기후위기로 볼 수 있는 재난에 준하는 폭염, 혹은 겨울철 혹한이 이어지면 이분들이 지낼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든 복지관이든 기존 시설을 임시로 쓸 수 있게 하고, 지도라든지 그런 공간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정보를 잘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은 2018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자연재난에 포함됐으며, 정부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지자체와 함께 대응하고 있다. 대책은 폭염 정보 제공부터 쉼터 제공, 냉방비 지원, 물품 지원 등 다양하다.

위 보고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폭염 취약계층은 폭염 위험성 인지나 인프라 정보 습득, 폭염 시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는지 등 사회적 지지 측면에서 일반 인구집단보다 어려움을 겪었다. 야외노동자들은 폭염 관련 정보는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직업 환경상 보호받지 못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보장 등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하루 파업에 나선 1일 인천 서구 쿠팡 인천4센터 앞에 ‘폭염 시기 온도 감시단 인천 출장소’ 천막 농성장이 운영되고 있다. (다중노출 촬영) 조태형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보장 등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하루 파업에 나선 1일 인천 서구 쿠팡 인천4센터 앞에 ‘폭염 시기 온도 감시단 인천 출장소’ 천막 농성장이 운영되고 있다. (다중노출 촬영) 조태형 기자

연구진은 대상별로 세분된 폭염 대응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집과 가장 가까운 무더위 쉼터 위치, 기저질환자들이 지켜야 할 전문 건강정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외국어 폭염 정보 등을 필요에 따라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의료진·복지서비스 종사자들의 폭염에 대한 인식 및 대응 역량을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야외노동자 건강을 위한 대책은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진은 또 쉼터 등 인프라나 냉방비 지원 등 기존 정책은 확대·지속하면서, 기후위기 적응 차원에서 취약계층의 건강 모니터링 전략 등을 구체화하는 등 보건당국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1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폭염특보 발효 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전담인력(생활지원사 3만4000여명)이 전화 또는 방문을 통해 서비스 이용 노인 총 50만여명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이날 자료를 내 “8월 한 달 동안 폭염에 따른 상황대응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 전국의 산업안전예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하여 현장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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