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아동 상담원 “우리도 상담받고 싶어요”

허남설 기자

“업무 과다… 통화도 벅차”

특례법 시행 등 신고 느는데 상담원·기관 확충은 제자리

서울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원으로 일한 ㄱ씨(29)는 2012년 씁쓸한 경험을 했다. 그가 맡았던 가정에서 학대받던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어머니의 매질에 못 이겨 결국 가출해 소식이 끊겨버린 것이다. 이 학생은 학대를 피해 이미 몇 차례 가출했던 터라 ㄱ씨는 걱정이 많았다.

ㄱ씨는 “해당 가정에 1주일에 한 번 방문도 어려웠다”며 “재학대를 막으려면 1년 이상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담원이 부족해 방문은커녕 전화 한 번 걸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ㄱ씨는 당시 50여개 아동학대 가정 관리를 도맡았다. 동료 상담원 5명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는 ㄴ씨(33)는 최근 알코올 중독 아버지가 학대하는 아이의 가정을 돌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시킨 아버지가 ㄴ씨 몰래 퇴원해 술 마시고 아이를 때리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ㄴ씨도 과중한 업무를 호소했다. 그는 “몇몇 상담원들이 과한 업무를 못 이겨 그만뒀다. 남은 상담원들이 그 일을 떠맡으며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300여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관리한다.

29일부터 시행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두고 아동보호전문기관 현장 상담원들은 “특례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상담원 및 기관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범위를 확대한 특례법 시행으로 신고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의식 변화 등으로 이미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0년 9199건에서 2013년 1만3076건으로 4년 새 42.1% 늘었다.

반면 상담원 수는 그대로다. 보건복지부가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상담원 1인당 사례건수는 지난해 70.1건에서 올해 90.9건으로 늘었다.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0곳이고, 1곳당 상담원은 6~8명으로 서울은 기관 1곳이 최대 6개 구를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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