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참사’ 조사 따로 징계 따로…현산에 행정처분 ‘0건’

이성희·강현석 기자

하수급업체 영업정지 돼도 ‘관리 위반’ 과태료 그칠 가능성

‘부실시공 혐의’도 쟁점 많아 재판 길어지면 제재 쉽지 않아

조사권·처분권 이원화로 ‘신속한 행정처분’ 현실적 불가능

처참한 현장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현장에 올라가 촬영해 공개한 사진. 곳곳에 붕괴 잔해물이 쌓여 있다. 실종자가족모임 제공

처참한 현장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현장에 올라가 촬영해 공개한 사진. 곳곳에 붕괴 잔해물이 쌓여 있다. 실종자가족모임 제공

지난해 6월 철거공사 중 건물외벽이 무너져 17명의 사상자를 냈던 광주 학동참사가 발생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20일 현재까지 아무런 행정처분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형참사를 두 번이나 낸 현산에 가장 강력한 행정처분을 적용하겠다고 최근 언급했지만, 현행법상 ‘솜방망이’ 처분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광주 학동참사와 관련해 현산에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하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현산과 하수급업체인 한솔기업의 소재지가 모두 서울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의 처분권자 역시 서울시장이다. 그러나 광주 학동참사와 관련해 현산이 받은 행정처분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 조사위가 판단한 현산의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위반 혐의는 하수급업체 관리 의무 위반과 부실시공에 대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2개 혐의 모두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고 조사권과 처분권이 분리되어 있어 행정처분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하수급업체 관리 의무 위반 혐의의 경우 현산이 행정처분을 받기 위해서는 철거를 맡았던 하수급업체 한솔기업이 먼저 행정처분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종합건설업이 아닌 전문건설업인 한솔기업의 처분권은 서울시가 아닌 해당 자치구인 영등포구청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등포구청은 한솔기업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1심 결과를 보고 처분 여부를 판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구청이 한솔기업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해도 현산에 대한 행정처분은 과태료 부과에 그칠 수 있다. 영업정지 등과 같은 중징계를 받기 위해서는 한솔기업의 불법 재하도를 현산이 지시·공모·묵인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개는 하수급업체가 ‘우리가 알아서 (재하도를) 했다’고 하는 게 업계의 관행”이라고 전했다.

부실시공 혐의도 쟁점의 여지가 많다. 국토부 조사위는 무리한 해체방식 등을 부실시공으로 판단해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철거가 시공 개념에 포함돼야 부실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실시공이 사실로 드러나면 건설산업법에 따라 최장 1년 이내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노형욱 장관이 “가장 강한 페널티(제재)를 줘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일각에서는 현산의 등록말소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처분이 내려지면 (현산은) 반박하는 가처분소송을 내릴 것이고 이후 법적근거가 없을 경우 역풍이 불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조사권이 없는 처분권의 한계를 토로한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 조사위에서 행정처분을 요청할 때 설계·시공·감리 규정 등을 위반했다고만 할 뿐 누가 잘못했는지는 특정하지 않는다”며 “(해당 사건으로 관계자들이) 검찰에 기소돼도 기소 자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재판 결과를 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행정처분은 요원해진다. 현재 행정처분을 언제까지 내려야 한다는 등의 법적 제재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에 행정처분 과정을 보강·개선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다만 조사권과 처분권 일원화를 위해 건산법 시행령 개정을 국토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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