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가 지하철역 집회 제한이 ‘위법’이라는 이유

강한들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시민들이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한성대입구역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시민들이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한성대입구역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기념일인 ‘장애인의 날’이자 장애인단체에선 ‘장애 차별 철폐의 날’로 부르는 지난 20일과 전날 19일 지하철역에서 시위를 벌이던 장애인권 활동가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양일간 서울시의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안’ 부결 등을 요구하며 집중결의대회를 열면서 생긴 일이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지하철역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탑승을 막은 서울교통공사(서교공) 직원 및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그가 탄 휠체어와 엘리베이터가 부딪혀 고장 나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체포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른 활동가는 승강장에서 강제퇴거 되는 과정에서 다쳤지만 서교공 직원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현행범 체포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가 지하철역 시위를 시작한 이래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경향신문은 21일 전장연이 지난 2월 서울교통공사·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장을 입수했다. 당시 전장연은 소장을 내면서 “서교공·경찰이 헌법에 의해 보장받는 집회를 방해했다”며 “이들의 행위가 위법임을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교공·경찰은 전장연의 지하철 승강장에서의 활동을 원천봉쇄하는 근거로 철도안전법 제48조의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위한 금지행위’를 든다. 전장연의 활동이 이 조항에 나오는 ‘폭언 또는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와 ‘연설·권유 등으로 여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라는 것이다.

전장연은 소장에서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소수자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집회의 자유는 언론매체에 접근할 수 없는 소수집단에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제공해, 소수의 보호를 위해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2004년 “집회·시위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어느 정도 소음이나 통행 불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유엔 자유권규약) 해석지침도 ‘평화적 집회’와 대비되는 ‘폭력’ 개념에서 “단순한 누르기, 밀치기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에는 장소를 정하고 그 장소로 향하거나 귀가할 자유도 포함된다고 전장연은 주장했다. 어떤 장소에서 누구를 향해 이야기할지 전달하는 게 집회의 목적·내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역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전장연은 “위법한 기본권 침해에 항의하기 위해서”도 지하철 역사에서 기자회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철도안전법상 질서 유지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선전전을 하면서 역사 내 통로를 막거나 승객의 승하차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교공이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을 반복적으로 막은 것은 ‘집회 방해행위’이자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한 장애인의 교통수단 이용 제한이라고도 주장했다.

전장연은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현행범 체포한 것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즉시강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은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로 한정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고 ‘도망·증거 인멸의 염려’도 전혀 없다는 게 전장연 입장이다.

반면 서교공은 전장연 집회·시위가 기차교통방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서교공은 지난달 27일 전장연을 상대로 네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하철 탑승 시위 등으로 열차 지연, 질서유지 지원근무 인력이 투입됐다면서 총 약 9억90만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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