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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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부모가 수업보조해야 했던 20년 전···“달라진 게 있나요?”
“1986년에서 1988년 사이에 특수학급이 폭발적으로 팽창했어요. 이때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이 있었거든요. 올림픽엔 패럴림픽이 따라오잖아요. 장애인 올림픽이 열리는 나라인데 장애인들은 다들 시설이나 집에 있다?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장애 학생 교육 수혜율을 높이려고 특수학급이 양적으로 팽창한 거예요.”김수연 경인교육대 교수는 “통합교육의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7년 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은 1994년 3차 개정안에서 ‘통합교육 도입 및 확대’를 포함시켰다. 이후 통합교육은 몇번의 수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동안 장애 학생 교육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그대로일까. ‘장애를 지우는 교실’ 2회는 발달장애인 통합교육 관련 제도의 변천에 발맞춰 장애 학생 교육 현실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살펴봤다.1990년대생 정찬씨의 교실: 기반조차 없었던최경화씨는 발달장애인인 아들 이정찬씨가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 -
“문제는 장애학생이 아니에요”···교사들이 말하는 통합교육
한 교실에서 장애·비장애 학생들을 함께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통합교육을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가 장애 학생 개인에게 있다기보다는 학교 환경과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통합교육은 비장애 학생들에게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을 마주하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학습 기회가 되므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한 경험이 있는 이영수·이수현·윤상원 교사에게 교육 경험과 개선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먼저 교사들은 장애 정도가 통합교육이 가능한지를 가르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김포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이수현 교사는 “비장애 학생도 수업시간 내내 집중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장애가 심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학습할 수 없는 학생들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조금씩 참여시키다 보면 수업이 가능하다면서 “선생님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비장애 학생들이 장애 학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고 말했...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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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위 ‘지하철 탑승→승강장 눕기’로 바꿨지만···경찰 대응은 그대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오는 5월 개원하는 22대 국회에 장애인 권리 관련 입법을 촉구하며 향후 1년간 지하철 탑승 시위를 멈추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강제 퇴거’ ‘체포 후 구속영장 신청’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전장연은 최근까지 해오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내년 4월 20일 장애인의날(장애인 차별철폐의 날)까지 1년간 멈추기로 했다. 지난 4·10 총선에서 선출된 22대 국회가 향후 1년 내에 교통약자법을 전면 개정하고,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해당 법안들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대신 승강장에서 ‘다이-인(Die-in)’ 행동을 하기로 했다. ‘다이-인’은 사이렌 소리에 맞춰 공공장소·거리 등에 죽은 듯이 눕는 시위 방식이다. 전장연은 “비장애 중심 사회의 억압과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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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경비원, 외국인, 노인
대학교 1학년 첫 겨울방학, 상경 후에 낯선 타지에서 살아가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장애가 있어 어디서도 나를 안 쓸 줄 알면서도, 하염없이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 며칠간 알바 사이트에 ‘장애인’이라 검색하다 작은 카페의 구직 공고를 발견했다. 출근길 직장인을 대상으로 자리에 앉아 커피를 파는 일이었다. 똑똑똑. 가게 앞에 이르러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사장님께 준비한 이력서를 들이밀었다. 인쇄물을 훑어보던 그는 “주문 들어오면 먼저 계산하고 앉아서 커피를 내려 건네주면 돼” 하고 처음 말했다. 그의 긍정적 신호에 기분이 벅차올라 “네!”라고 대답했다.“시급 3500원 어때?” 그가 이어서 말했다. “네? 최저시급은 4580원인데 왜 3500원인가요?” 그는 내 물음에 답했다. “아. 몰랐구나. 장애인은 법적으로 최저임금 안 줘도 돼.” 무슨 무슨 법을 인용하는 그의 능숙한 말에 대들 수 없어 두 눈만 끔벅였다. “네…”하고 풀 죽어 대답하는 사이, 그는 나에게 다른... -
“뽑기만 하고 지원은 없는 현실…장애교원 배려, 말 아닌 실천을”
2019년 노조 설립, 끈질긴 투쟁안팎 난관 헤치고 단협 등 성과당국 인식 조금씩 바뀌었지만예산 부족·책임 떠넘기기 여전장애인의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서울 강동구 신명중학교 영어교실. 수업종이 울리자 시각장애인 교사 김헌용씨가 밝은 얼굴로 학생들을 맞았다. 김씨는 사물을 전혀 보지 못하는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주원이 안녕.” 김씨가 점자 정보단말기를 이용해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확인했다. 수업을 마친 뒤에도 김씨는 점자교재를 펼쳐놓고 다음 수업 준비를 이어갔다.김씨에게 교사가 되는 일은 도전이었다. 전례가 거의 없었다. 2006년 장애인 교원 의무고용제가 시행되자 기회가 열렸다. 김씨는 2010년 처음 교단에 섰다.현장은 녹록지 않았다. 동료 교사들이 쓰는 인트라넷은 김씨에게 무용지물이었다. 점자 정보단말기 등 보조공학기기도 없었다. 점자 교과서를 받지 못해 직접 점자도서관에 제작을 의뢰해야 했다. 김씨는 “당시 ‘뽑...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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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인권 퇴보를 마주한 장애인의날
매년 4월20일 장애인의날이면 전국에서 온갖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러했다. 서울시장도 기념행사에서 장애 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부터 고령 장애인의 돌봄까지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몇년간 계속되는 장애 인권의 퇴보는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서울시는 올해부터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없앴다. 2020년 시작한 이 사업은 최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되 탈시설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주고 최저시급을 지급하면서 전국적으로 각광받았다. 일자리에 사람을 욱여넣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일자리를 맞추는 원리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올해 갑자기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일자리’ 사업으로 대체됐고, 그 후 신체기능과 직무수행 가능성을 따지는 단순노동 연계 사업으로 축소되면서 400명에 달하는 최중증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2003년부터 매년 봄마다 축제로 열리던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도 사상 최초... -
장애인 단체가 지하철역 집회 제한이 ‘위법’이라는 이유
법정기념일인 ‘장애인의 날’이자 장애인단체에선 ‘장애 차별 철폐의 날’로 부르는 지난 20일과 전날 19일 지하철역에서 시위를 벌이던 장애인권 활동가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양일간 서울시의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안’ 부결 등을 요구하며 집중결의대회를 열면서 생긴 일이었다.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지하철역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탑승을 막은 서울교통공사(서교공) 직원 및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그가 탄 휠체어와 엘리베이터가 부딪혀 고장 나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체포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른 활동가는 승강장에서 강제퇴거 되는 과정에서 다쳤지만 서교공 직원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현행범 체포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가 지하철역 시위를 시작한 이래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경향신문은 21일 전장연이 지난 2월 서울교통공사·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장을 입수했다. 당시 전장...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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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만이라도 목소리 들어달라” 장애인단체들 지하철 승강장서 ‘다이인’ 시위
‘장애인의 날’인 20일 장애인 단체들이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차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죽은 듯 드러눕는 ‘다이인(die-in)’ 시위를 벌였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로 이뤄진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 100여명은 이날 오전 8시쯤부터 한성대입구역 승강장에 누워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을 촉구했다.이들은 드러누워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몸 위에 펼쳐두거나 손팻말을 들고 앉아 노래를 부르며 약 1시간 동안 시위를 이어갔다.서울교통공사는 일부 활동가들의 역사 진입을 제지하고 시위 중인 이들을 대상으로 강제 퇴거 조치를 했다. 장애인 활동가 2명은 역사로 들어가려다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공동투쟁단은 이어 오전 10시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 마로니에공원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이들은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중증장애인노동권보장특별...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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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내리쬐는 햇볕을 막기 위해 모자와 선글라스, 양산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전남, 경남, 경기 등 전국에서 모인 1000여명의 발달장애인 부모,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이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장애인 권리 보장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법과 특수교육법의 전부 개정, 자립생활권 보장, 노동권·교육권·건강권의 보장을 촉구했다.결의대회 이후 이들은 서울시청에서 대학로까지 행진하며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
“나도 일하고 싶어요” 삭발 나선 중증장애인 해고노동자 이영애씨의 외침
와상형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중증장애인 이영애씨(58)는 지난해 12월31일자로 해고자가 됐다. 이씨의 첫 일자리였던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통해 돈을 벌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립을 꿈꿨던 이씨의 꿈도 사라졌다.지난 3개월간 복직투쟁에 나섰던 이씨는 장애인의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삭발을 했다. 이씨와 함께 해고된 다른 중증장애인들도 함께 했다. 한 줌씩 깎인 이들의 머리카락은 ‘장애인도 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상자에 담겼다. 머리가 깎이는 동안 하늘 위를 올려다보던 이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400명 넘게 장애인을 해고했다”며 “해고된 내가 자립을 잘 할 수 있을지, 잘 살아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서울시는 2020년 전국 최초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인 권익 옹호,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