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필리핀 조선소도 노동조건 열악

이영경·김향미 기자

저널 온라인 보도… 정리해고·체벌·사고 빈발

현지 노동자들 3일 대규모 항의집회 열기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는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해고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영도조선소의 해고 사태는 사측이 사업의 상당 부분을 해외공장인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옮긴 것과 관련돼 있다. 그런데 이 수빅조선소에서도 열악한 노동여건에 처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필리핀 현지 언론 ‘저널 온라인(www.journal.com.ph)’은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노동자들이 심각한 산재 사고, 억압적 노무관리 등에 항의하기 위해 오는 3일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저널 온라인은 최근 3년 동안 수빅조선소에서 31명이 작업 도중 사고로 숨졌다고 전했다.

한국인 관리자의 인권침해적인 노무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국인 관리자들이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모욕을 주고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은 불법적으로 해고된 노동자 40명을 현장으로 복귀시킬 것과 비위생적인 회사 식당 음식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저널 온라인은 전했다.

저널 온라인은 또 “필리핀에서 사업하는 한국인들은 한국의 다국적기업에서 필리핀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라”며 “자신의 권리에 민감한 한국인들은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고 상사에게 학대받는다면 강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또 다른 현지 언론 ‘비즈니스 미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필리핀 가톨릭 신자와 노동자들이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노동법과 안전기준 등을 위반했다며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한진중공업은 721만달러를 투자해 50년간 장기임대로 수빅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2만1000여명 중 대부분이 사내하청 비정규직이다. 한진중공업은 101개 하청업체를 통해 이들을 고용하고 있다.

정혜원 금속노조 국제부장은 “수빅조선소의 열악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필리핀 의회도 두 차례 청문회를 열었지만 한진중공업은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권리를 찾기 위해 노조를 만들면 인격모독적 체벌을 당하는 등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은 지난 4월 한국을 방문, 정리해고된 영도조선소 노동자들과의 연대투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노동단체들의 시위는 한진중공업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필리핀 정부에 노동환경 개선 등을 촉구하기 위해 열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망 사고는 조선소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2009년까지의 과거사로, 지난해와 올해는 사망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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