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황유미 부친과 합의 시도 때 뒤로는 개인정보 수집

유설희 기자

미전실서 문건 작성·관리

반올림 이종란씨도 포함

“후속 법적 조치 논의할 것”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관계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32명의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검찰은 지난해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이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이 공개한 ‘주요 인물 명단’ 문건에는 고 황유미씨(삼성 백혈병 피해자)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 등이 포함됐다. 이 문건에는 이들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주민등록번호, ‘키 ○○○㎝’ 같은 신체조건 등 개인정보가 적혀 있다. 이들이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누구와 자주 만나는지 같은 동향 정보도 기재됐다.

명단에는 삼성 직업병 피해 관련자 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도 들어갔다. 검찰은 “2012년 삼성전자 미전실 인사지원팀이 작성한 문건으로, 각 계열사의 일명 ‘엔젤(Angel) 요원’(노조 조합원 등을 1대1로 밀착 감시하는 직원)에게 보고받은 동향 관리 대상자 정보를 취합·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 백혈병 문제가 이슈화되자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직원뿐만 아니라 반올림 관계자의 동향도 파악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삼성 미전실 인사지원팀이 같은 해 작성한 백혈병 만화책 관련 문건도 공개했다. 삼성 측이 <사람냄새> <먼지 없는 방> 등 삼성 백혈병 이슈를 다룬 만화책 2권을 입수해 내용·문제점 등을 분석했다는 내용이다. 반올림 인터넷 카페를 모니터링하던 인사팀 직원이 카페에 해당 만화책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오자 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삼성 직업병 사태’는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황씨 등 백혈병 피해자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인정 소송에서 승리했던 2011년을 기점으로 시민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종란 활동가는 1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문건이 작성된 2012년은 백혈병 피해자들이 1심 판결에서 승소하자 삼성에서 조정을 하자고 하던 때”라며 “앞에선 합의를 시도하고 뒤에선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삼성의 행태에 대해 후속 법적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장을 비롯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 전·현직 임원들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일부 협력사를 폐업하게 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로 기소됐으며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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