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승강기 추락 사망’ 현대엘리베이터 기획감독 착수…유족들 “공동도급 아닌 하도급”

이혜리 기자

두 번째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한 건물 신축 현장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2명이 사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한 건물 신축 현장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2명이 사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신축 공사현장에서 승강기 추락으로 작업자 2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해당 공사를 수행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와 전국 시공 현장을 기획 감독한다. 이 사고는 지난달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두 번째 적용 대상이다. 사망한 작업자들은 별도의 승강기 설치업체 소속인데, 유족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공사 계약부터 작업까지 실질적 지휘·감독을 했다며 불법 하도급이라고 볼만 한 증거를 노동부에 냈다.

노동부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본사와 전국 시공 현장에 대한 기획 감독을 실시한다고 28일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 시공 현장에서는 2019년 이후 8건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부는 “추가적인 안전 사고의 위험이 높다”며 “이번 기획 감독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안전보건 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해 유사 사고를 예방하고 본사의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근원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공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승강기 제품을 제조하고 설치는 별도의 업체가 하는 ‘공동도급’ 방식이었다. 승강기 설치 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재하도급이 허용되지 않지만, 공동도급 방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사망한 작업자 2명은 설치업체 소속이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현대엘리베이터는 사고 발생 이후 ‘공동수급 추가 약정서’ 날인을 설치업체에 요구했고, 요진건설산업은 사고가 나기 전까지 그 설치업체가 작업에 참여하는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에선 이같은 공동도급 방식이 현대엘리베이터와 같은 대기업이 안전관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제조 회사가 실질적으로 설치업체를 지휘·감독하는데도 산재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이번 기획감독을 통해 공동도급 방식의 승강기 설치 업무가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점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엘리베이터와 설치업체간 업무 구분이 어떻게 돼있는지, 설치업체 노동자의 업무수행 방식 등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할 예정이다.

노동자 38명이 숨진 한익스프레스 이천 신축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가 발생한지 1년을 앞둔 지난해 4월27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 건설노조가 설치한 ‘건설노동자 사망 사진전 및 시민 분향소’를 바라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노동자 38명이 숨진 한익스프레스 이천 신축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가 발생한지 1년을 앞둔 지난해 4월27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 건설노조가 설치한 ‘건설노동자 사망 사진전 및 시민 분향소’를 바라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번 사고 유족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외견상만 공동도급이고 실제로는 하도급으로 공사를 진행했다며, 고인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 등 관련 자료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YK에 따르면, 설치업체들은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회사명과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 안전모 등을 지급받아 착용하고 작업을 수행했다. 설치업체 자체도 20년 이상 현대엘리베이터에 근무했던 이들이 구성했고, 이들은 그룹 채팅방을 통해 작업자와 작업내용, 교육 일정, 도급비 산정기준, 현대엘리베이터의 공지사항 등을 공유했다. 또 설치업체 대표들은 ‘현대 사장님’, ‘현대 소장님’이라고 불리고, 현대복지기금 명목으로 임직원 자녀의 학비가 지급됐다고 한다. YK 측은 “이러한 모습은 대기업 협력업체들의 일반적인 경쟁관계와 전혀 다른 것”이라고 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 설치업체들이 지난해 8월 도급비 인상과 함께 안전관리비 확보를 요구하며 한 달간 파업을 했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대등한 계약에 따른 공동수급 관계로 하도급 관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프로그램 운영 차원에서 복지 및 기술·안전장구 지원 등을 한 것”이라며 “설치업체들과의 설치비 인상 협의는 지난해 말 완료됐고 안전관리비도 함께 인상됐다”고 했다.

노동부 경기지청은 이날 시공사인 요진건설산업 서울지사와 현장 사무실, 현대엘리베이터 서울사무소와 강서지사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요진건설산업의 전국 시공현장에 대해서는 지난 16~25일 감독이 진행됐다.

▶관련기사: 노동자 사망 사고난 뒤 ‘공동수급 약정서’ 날인 뒤늦게 요구한 현대엘리베이터…시공사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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