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가’에서 잇따르는 중대재해…노동부도 “골치”

유선희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대표들이 법 시행 첫날인 1월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김영민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대표들이 법 시행 첫날인 1월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김영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두 달여 동안 현대제철,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범 현대가’ 사업장에서만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하는 중대재해 발생 건수가 5건에 달했다. 철강, 건설, 자동차 등 ‘중후장대’ 산업이 많기 때문이라지만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이 유독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조차 “현대라는 이름만 봐도 공포다, 골칫거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4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범 현대가 기업에서 10건이 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1월11일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 사고는 중대재해법 시행(1월27일) 전 발생해 이 법 적용은 받지 않는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해당 법이 적용되는 범 현대가 사업장에서만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자동차그룹 4건, 현대중공업그룹 1건 등이다.

지난달 31일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작업중이던 노동자가 대형트럭 차체에 끼여 숨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통틀어 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4번째 사고다. 앞서 현대건설에서 1건, 현대제철에서 2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일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폭발 사고로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현대차, 현대중공업, HDC현대산업개발은 계열 분리돼 각기 다른 회사이지만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현대그룹을 모태로 한다.

특히 이번에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모두 중대재해가 반복돼온 곳이다. 현대건설은 2011년부터 2021년 5월까지 매년 중대재해가 발생해 10년 동안 모두 51명(48건)이 사망해 노동부의 특별감독을 받았다. 현대제철 역시 매년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2019년과 2021년 노동부의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만 최근 5년(2017~2021년)간 중대재해로 6명이 숨졌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산재 사망은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 자료를 통해 확인한 10년(2011년~2020년 6월 말)간 30대 대기업 산재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많은 176명이 사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49명이 사망해 두 그룹 모두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중대재해 사건을 수사하는 노동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현대’ 이름이 들어간 회사의 중대재해가 눈에 띌 정도다. 사고가 너무 많이 발생하니 이제는 이름만 봐도 ‘공포’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노동부는 효율 중심의 기업 운영기조가 변하지 않았고, 안전보건 체계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안전관리 지원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 및 철강분야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지원규모를 2배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근무현장의 안전강화를 위한 인건비, 시설 및 장비 확충, 안전점검 및 교육 등에 총 870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현대제철은 대표이사 직속으로 안전관리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현대제철은 안전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에 부사장급을 총괄로 선임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수 백억원의 안전비용 투자에도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다수다. 모두 “예고된 인재”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현대가 중후장대한 사업을 많이 하다보니 위험요소들이 많은 것으로, 사고사례를 공유하면서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통제하지 못하는 돌발상황이 분명히 있다. 중대재해로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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