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50명 중 1명은 ‘현대판 노예’···강제노동과 강제결혼 피해자

김혜리 기자


지난 2010년 5월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벽돌 공장에서 아이가 벽돌을 분류하는 일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 2010년 5월1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벽돌 공장에서 아이가 벽돌을 분류하는 일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전 세계 인구 중 약 5000만명이 강제노동과 강제결혼에 시달리며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노동기구, 국제이주기구(IOM) 등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 ‘현대판 노예에 대한 세계적 추산:강제노동과 강제결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판 노예제의 피해자 수는 약 496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 인구 150명 당 1명꼴이다. 또 피해자는 5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1000만명이나 증가했다. 이 중 성매매 등 강제 노동 착취 피해자는 2760만여명, 강제결혼 피해자는 220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판 노예 피해 사례 중 대부분(86%)은 민간 부문에서 발생했다. 국가가 주도한 것은 14%에 그쳤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아시아·태평양(1510만명)이었으며, 그 뒤를 유럽·중앙아시아(410만명), 아프리카(380만명), 북남미(360만명)가 이었다. 또 모든 강제 노동의 절반 이상은 중상위나 고소득층에 속하는 부국들에서 발생해 ‘현대판 노예’가 빈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한편 현대판 노예제는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제노동 피해자 2760만여명 중 330만명은 아이들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성매매 피해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강제로 결혼한 2200만여명 중 3분의 2 이상은 여성이며, 이들은 대부분 15세 미만일 때 결혼을 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보고서는 강제결혼을 현대판 노예제의 중심축 중 하나로 꼽았다. 강제로 결혼한 이들이 노동을 강요당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위협, 폭력, 속임수, 권력남용 또는 다른 형태의 강요” 때문에 해당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강제노동의 경우 몇 년 동안 이어질 수 있지만, 강제결혼의 대부분은 “종신형”이라며 노예 생활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전쟁, 기후 변화 등 복합적 위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예컨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빈곤에 내몰린 이들이 강제노동에 이용되거나, 분쟁 지역에 있는 여성이나 여자아이들이 무장단체들에 납치당하거나 결혼을 강요당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프가니스탄을 예로 들며 코로나19, 식량 위기, 정치적 불안정 등의 요소가 합쳐져 경제 파탄 위기에 처한 이들이 지참금을 받기 위해 낳은 지 20일밖에 안 된 아이를 결혼 대상으로 팔아버리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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