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파업에 “정부 흔들려는 정치투쟁”…노정관계에서 균형 잡힌 대화 이끌지 의문

유선희 기자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보수집회 참석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임명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오른쪽에서 세번째)가 2020년 9월 국회 앞에서 광화문광장 집회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보수집회 참석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임명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오른쪽에서 세번째)가 2020년 9월 국회 앞에서 광화문광장 집회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새 위원장으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71)를 임명했다. 장관급인 경사노위 위원장은 임기 2년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약 5년간 재임한 문성현 전 위원장이 지난 7월22일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사퇴하면서 2개월째 공석이었다.

김문수 신임 위원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1996년 신한국당으로 국회에 입성해 15~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다년간 활동했다. 2006~2014년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보수단체의 태극기집회를 옹호하는 행보를 보였다.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노골적으로 노동조합에 적대감을 드러내 내정설이 나올 때부터 노동계는 반발했다. 노동계는 이날 김 위원장 임명에 대해 “환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노동 현안에 대해 입장을 냈다.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과 점거농성을 두고 “노동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가장 두려워한다.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총파업에 나섰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대해서는 “아직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이 다 되지 않았는데 미리 파업을 하고 난리를 쳐서 윤석열 정부 초기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민주노총이 정치투쟁 일환으로 파업을 했다”며 “말은 안전운임제이지만 사실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편향된 의견을 가진 김 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노사정 합의기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계가 불편해하는 인물을 앉힘으로써 사회적 대화 국면이 더 꼬이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경사노위 위원장은 노정관계에서 균형 잡힌 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자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한때 노동운동을 한 경력이 있어도 최근 정치적 행보에서 너무 극우적 성향을 보여주다 보니 노정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우려가 크다”며 “추진력이 좋아도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을 추진력으로만 밀어붙이면 결국 ‘날치기’ 등 사회적 혼란만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경사노위에서 다뤄야 할 현안을 보면 고용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보험, 상병수당 등 새로운 의제가 많다”며 “그런데 과연 김문수 위원장이 그런 시대에 조응하는 인물인지 의문이다. 미래지향적인 사회적 대화나 의제를 다루는 데 부적합하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수직 절벽으로 만든 임명”이라면서 “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들러리 세워 소위 민간 전문가의 의견이라는 양념을 치고 이제 김문수씨를 수장으로 앉힌 ‘경사노위’가 형식적으로나마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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