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년 노조열풍 이끈 래퍼 출신 노조위원장…그가 아마존에 맞선 이유

김지환 기자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크리스 스몰스 아마존 노조위원장 영상 인터뷰

‘무노조’ 아마존에 노조 세운 해고노동자

크리스 스몰스 아마존 노조위원장. 아마존 노조 제공

크리스 스몰스 아마존 노조위원장. 아마존 노조 제공

[“노조, 왜 해?” 물으신다면③]미국 청년 노조열풍 이끈 래퍼 출신 노조위원장…그가 아마존에 맞선 이유
미국 노동운동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8월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71%가 노조에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196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노동자 10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파업’ 수도 증가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대규모 파업은 23건(12만600명)이었다. 최근 20년간 연평균 대규모 파업 수(16건)보다 44% 증가한 수치다.

미국의 노조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곳 중 하나는 스타벅스 노조다. 2021년 말 뉴욕주 버팔로시의 한 매장에서 첫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278개 매장에서 노조가 들어섰다. 최근 20년간 1년 조금 넘는 사이 이렇게 많은 노조를 조직한 것은 스타벅스 노조가 처음이다.

30년 가까이 ‘노조 무풍지대’였던 아마존에서 사상 처음으로 노조가 들어선 것도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8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는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 아마존 물류창고 ‘JFK8’에서 지난해 4월 노조 승인 투표가 가결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노조 바람의 두 축은 노조의 효용성에 눈을 뜬 젊은 세대와 ‘아래로부터의 조직화’ 방식이다. 학자금 부채, 치솟는 물가,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란 전망 등이 젊은 세대를 노조로 이끌고 있다. 아울러 아마존·스타벅스에선 기성 산별노조에서 월급을 받는 노조 조직가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동료들을 설득해 노조를 만들었다. 밑바닥부터 다지는 조직화 방식이 유효하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다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지난해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사상 최저인 10.1%였다. 노조(Union)의 이니셜을 따서 ‘U세대(Gen U)’라고 불리기도 하는 Z세대(1996년 이후 출생)는 노조 조직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래퍼였던 크리스 스몰스(34)는 쌍둥이 자녀 부양을 위해 음악을 하려던 꿈을 접고 생계전선에 뛰어들었다. 2015년 미국에서 월마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에 취업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기 시작했을 때 그는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의 물류창고 ‘JFK8’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JFK8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코로나19 특수를 노린 아마존은 노동자 건강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스몰스는 창고 폐쇄 뒤 소독을 해달라는 요구가 묵살되자 동료 노동자이자 ‘절친’인 데릭 파머와 함께 그해 3월30일 작업거부를 주도했다. 그 대가는 바로 지급됐다. 스몰스는 곧장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해고자가 된 스몰스는 다른 일자리를 찾는 대신 물류창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다윗의 첫 ‘무기’는 월마트에서 150달러를 주고 산 탁자 2개, 의자 4개, 천막 1개였다. 스몰스는 JFK8 노동자들이 출·퇴근 때 지나는 버스정류장 옆에 파란색 천막을 쳤다. 그는 300일 넘게 천막에서 지내면서 매일 노동자들을 만나 노조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어느덧 스몰스의 천막은 “풍경의 일부”가 됐다.

크리스 스몰스가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의 물류창고 ‘JFK8’ 노동자들이 출퇴근 때 지나는 버스정류장 옆에 천막을 치고 서명을 받고 있다. 플래카드에는 “위임장에 서명해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위임장이란 미래의 조합원으로부터 새로 꾸릴 노조에 단체협상을 벌일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서명을 받는 명부다. 아마존 노조 제공

크리스 스몰스가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의 물류창고 ‘JFK8’ 노동자들이 출퇴근 때 지나는 버스정류장 옆에 천막을 치고 서명을 받고 있다. 플래카드에는 “위임장에 서명해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위임장이란 미래의 조합원으로부터 새로 꾸릴 노조에 단체협상을 벌일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서명을 받는 명부다. 아마존 노조 제공

스몰스는 전국 단위 기성 산별노조 지원 없이 아마존 노동자들과 호흡하는 방식으로 노조 설립을 준비했다. 앨라배마주 베서머 물류창고 사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베서머 물류창고는 소매·도매·백화점노조(RWDSU)의 도움을 받았지만 노조 조직에 실패했다. 스몰스는 현장과 유리된 직업 노조 조직가 중심의 조직화와는 달라야 한다고 봤다.

‘찬성 2654표, 반대 2131표.’ 지난해 4월1일 “잃을 게 없어 모든 걸 걸고 싸운”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렸다.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스몰스는 아마존에서 사상 첫 노조 설립을 이뤄냈다.

경향신문은 지난 3일 미국 노동운동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몰스 아마존 노조(ALU) 위원장을 영상통화로 만났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노조 바람’, 기성 노조와 다른 방식의 조직화를 시도한 이유, 노조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조라고 말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 겸 연구자 설갑수씨가 경향신문과 스몰스 간에 다리를 놔줬다.

크리스 스몰스 아마존 노조위원장. 아마존 노조 제공

크리스 스몰스 아마존 노조위원장. 아마존 노조 제공

“아마존 노조, 노조 결성을 ‘쿨’한 일로 만들어”

- 스타벅스·아마존 등의 노조 조직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노조 조직률이 사상 최저치였다.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노조 파괴(Union Busting)에 쏟아붓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는 매일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을 알릴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 노조 조직률 하락 추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왜 특히 젊은층이 노조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하면 아마존 노조는 노조 조직화를 ‘쿨’한 일로 만들었다. 아마존 역사가 30년 가까이 되는데 기성 노조는 이곳에서 노조를 만들지 못했다. 우리가 노조를 설립한 방식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전통적 조직화 방식과는 아주 달랐다는 점이 젊은 세대의 반향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Z세대와 X세대(1965~1980년생)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면서 창의적 모습을 보여줬다. 젊은 세대가 이런 부분에 끌린다고 생각한다.”

아마존 노조 결성의 주역인 크리스 스몰스(오른쪽)와 데릭 파머. 전미보건의료노조 제공

아마존 노조 결성의 주역인 크리스 스몰스(오른쪽)와 데릭 파머. 전미보건의료노조 제공

“버스정류장에 천막치고 매일 동료들과 대화”

- 방금 말한 것처럼 베서머 물류창고에선 기존 산별노조가 조직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JFK8과 베서머의 차이는 무엇인가.

“나는 아마존에서 일했던 노동자로서 아마존 노동자들에게 꼭 들어맞는, 독립적 노조를 만들었다. 나와 함께 노조를 조직한 사람들은 모두 아마존에서 수년간 일했던 현장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다른 어떤 기성노조보다 이 회사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이 부분이 기성 노조와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JFK8 물류센터 맞은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천막을 치고 매일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300일 이상을 보냈다. 더운 여름이든 추운 겨울이든 노동자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수차례 대화를 나누면서 신뢰를 쌓고 관계를 구축했다. 노조 승인 투표 때 노동자들은 우리가 그들의 이해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느꼈기에 찬성표를 던졌다. 아마존(사측)과 달리 우리는 천문학적인 돈이 없었기에 사람의 힘(Power of People)을 활용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모았고, 우리는 그들과 친구가 됐고, 우리는 서로를 돌보면서 연대의 가치를 보여줬다. 이것은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JFK8를 제외하곤 아직 노조가 들어선 물류센터가 없다. 노조 조직화가 정체 상태라고 봐야 하나.

“그렇진 않다.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다른 물류센터도 조직하려고 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노조 승인 투표 기회라도 주는 게 우리의 일이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다른 물류센터에서 노조 결성에 실패했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패배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노조를 조직하려는 다른 물류센터에서 사측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면 다른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된다. 아마존은 많은 불법행위를 하고 있고 노조를 결성하려는 노동자를 해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법률적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 우리가 노조 조직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 지난해 11월 아마존에 노조 조직화를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해선 안 된다는 법원의 금지명령이 내려졌다. 한국에선 노조 파괴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사용자의 노조 파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안타깝게도 미국 노동법은 아직 취약하다. 최고경영자(CEO)와 기업들은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기업이 노조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도록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의회와 함께 철도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개입했다. 우린 2023년을 살고 있는데 1926년 도입된 철도노동법을 활용해 파업을 봉쇄했다. 노동법이 얼마나 낡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동법은 노동자보다 기업에 유리하고, 노조 조직화에 친화적이지 않다. CEO가 노동자들과의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기 위해 법을 고쳐야 한다. 개정엔 몇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노조 바람이 개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줄 거라고 본다.”

크리스 스몰스 아마존 노조위원장(오른쪽)이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제공

크리스 스몰스 아마존 노조위원장(오른쪽)이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제공

“백악관에서 바이든 만났지만 달라진 건 없어”

- 바이든 대통령이 친노동을 표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 5월) 백악관에 가서 ‘그 남자(바이든 대통령)’를 만났다. 정말 좋은 하루였다. 하지만 그 뒤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바이든은 역사상 가장 노조에 친화적인 대통령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처럼 새롭게 설립된 노조들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우리를 칭찬하는 말뿐이었다. 우리는 노조를 계속 성장시켜 선출직 공무원들이 노동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도록 할 것이다.”

- 당신이 백악관에 갔을 때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인 ‘부자들을 잡아먹자(Eat The Rich)’가 적힌 옷을 입고 있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그냥 있는 그대로, (아마존 노동자로서) 내가 속한 커뮤니티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젊은 세대들이 우리가 어떻게 노조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지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아마존 노동자는 유색인(Black and Brown), 이민자 등이 다수인 지역 출신이고 우리는 이 정체성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물류창고에서 입는 옷이나 내가 평소 입는 옷을 입음으로써 내가 누구를 대변하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부자들을 잡아먹자는 것은 알다시피 젊은 세대들이 소셜미디어 해시태그로 즐겨 쓰는 슬로건이다. 노조 조직화가 ‘쿨’한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정말 멋질 거라 생각했다.”

- 당신은 원래 래퍼였다. 무엇이 당신의 삶을 노동운동가의 길로 이끌었나.

“코로나19 팬데믹과 해고가 내 삶을 바꿨다. 원래 노조를 만들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해고 뒤 다른 노동자에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실수로 유출한 메모를 보면) 사측 변호사는 내가 ‘똑똑하지 않고 말도 어눌하다’고 했다. 이는 다시 한번 내가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워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됐다.”

크리스 스몰스가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의 물류창고 ‘JFK8’ 노동자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하고 있다. 아마존 노조 제공

크리스 스몰스가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의 물류창고 ‘JFK8’ 노동자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하고 있다. 아마존 노조 제공

“기성노조, ‘올드스쿨’이라 21세기에 안 맞아”

- 아마존 노조가 현재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핵심 사항은 무언인가.

“우리는 시급 30달러, 연금, 고용안정, 일터의 안전, 더 나은 병가제도 등을 위해 싸우고 있다. 아마존은 매일 노동자를 해고하고 있다. 물류창고에선 산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루 10~12시간인 장시간 노동, 짧은 휴식시간도 문제다. 아울러 배우자·자녀를 위한 학자금 지원, 공정한 승진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의 기본적 요구 중 일부이고, 궁극적으론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 뉴욕시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15달러다. 시급 30달러 임금 요구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나.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은 노예임금이다. 뉴욕이든 네브라스카든 이 나라에선 최저임금만으로 살아가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으로 생계비는 계속 오르고 연방 최저임금은 오랫동안 정체돼 있다. 아마존 노동자 중 많은 이들이 홈리스다. 노동자 중 상당수는 2~3개의 일을 한다. 또 일부는 치솟은 집세 때문에 음식을 살 돈이 없어 정부 푸드 스탬프(식료품 지원 보조 프로그램)에 의존한다.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회사를 위해 일하면서 하나의 일자리로 충분하지 않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시급 30달러도 낮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협상의 출발점이다.”

- 당신은 북미서비스노조(SEIU)와 같은 전통적 산별노조를 “올드 스쿨(Old School)”, 아마존 노조를 “뉴 스쿨(New School)”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올드 스쿨’과 ‘뉴 스쿨’은 단지 조직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기성 노조는 전통적 스타일이라 조직 방식이 21세기와 맞지 않다. 특히 아마존, 테슬라, 구글, 애플 등의 기업에서 그렇다. 우리는 다른 유형의 노조 조직 방식이 필요했는데 ‘뉴 스쿨’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올드 스쿨’로부터 노동의 역사, 어떻게 싸우는지 등을 배웠다. 하지만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아마존 노조, 스타벅스 노조 등은 기성 노조와 다른, 우리의 길을 걷고 있다. 분명한 점은 우리는 아직 기성노조와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환경, 여성 인권, 총기 규제 등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 노조는 조합원의 노동조건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나 아니면 사회·정치적 이슈에도 관여해야 한다고 보나.

“두 가지의 조화가 필요하다. 우선 노조는 사측의 패에 놀아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일반 조합원들과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 노조가 일반 조합원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면 그들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아마존 노조 이전에 나도 한 노조의 조합원이었지만 노조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는 데 수개월이 걸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정치 영역과 관련해선 노동이 제일 앞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흑인 인권, 여성 인권, 동물권 등 다양한 사회운동 중 어디에 서 있든 결국 우리는 모두 노동자 계급이다. 1%와 99%가 싸울 때 우리는 한 팀에 있게 될 것이다.”

크리스 스몰스와 쌍둥이 자녀. 스몰스는 쌍둥이 자녀 부양을 위해 음악의 꿈을 포기하고 2015년 아마존 물류창고에 취업했다. 스몰스 트위터 갈무리

크리스 스몰스와 쌍둥이 자녀. 스몰스는 쌍둥이 자녀 부양을 위해 음악의 꿈을 포기하고 2015년 아마존 물류창고에 취업했다. 스몰스 트위터 갈무리

“노조, 더 나은 삶 위한 유일한 길”

- 노동자들에게 노조가 필요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노조다. 우리는 기업과 정치가 원하는 것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시해 이익을 얻지만, 노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윤보다 사람을 우선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조를 만들고 단체교섭을 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노조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노조라는 울타리가 있는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과 보호를 받고 더 나은 삶을 누린다.”

- 한국에도 쿠팡처럼 아마존과 유사한 기업이 있다. 물류창고 노동자를 포함한 한국 노동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모든 한국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조합원이 되길 권하고 싶다. 일을 그만두지 말고 그곳에서 노조를 조직해야 한다. 이 일자리가 맞지 않다고 다른 곳으로 가는 건 또다른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맞서 싸우면서 회사가 노동자들을 보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포기하지 마세요, 그만두지 마세요, 낙담하지 마세요. 알잖아요, 긴 싸움이에요. 하지만 싸울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 목표는 올해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장기 목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웃음) 나라도 후보로 나가야 할 상황이 온다면 말이다. 지켜보자.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래퍼였던 크리스 스몰스(34)는 22살 때 쌍둥이 자녀 부양을 위해 음악을 하려던 꿈을 접고 고된 육체노동을 시작했다. 2015년엔 고향인 뉴저지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에 취업했고, 이후 코네티컷 창고를 거쳐 2018년부턴 JFK8에서 일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2020년 초 물류창고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에 항의하다 해고된 그는 노조 조직화에 나섰다. 지난해 4월 그는 30년 가까이 무노조였던 ‘공룡기업’ 아마존에 노조 깃발을 꽂았다. 여느 노조위원장과 다른 그의 패션은 젊은 세대가 노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고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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