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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위생만 지킬 뿐···장화 위로 떨어진 칼에 ‘속수무책’

김한솔 기자
음식의 위생만 지킬 뿐···장화 위로 떨어진 칼에 ‘속수무책’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④]
음식의 위생만 지킬 뿐···장화 위로 떨어진 칼에 ‘속수무책’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④]

문을 열자 바닥에 있는 납작한 소독 발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락스가 자박한 발판에 위생장화를 신은 발을 담갔다 뺀다. 안으로 들어서자 이번엔 사방이 스테인리스다. “고온주의” “감전주의” “뜨거움 주의” “경고문: 콘베어 고리에 옷이나 장갑이 끼어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등등. 눈길이 닿는 거의 모든 곳에 빨갛고 노란 경고문이 붙어있다. 걸을 때마다 바닥에서 뽀드득 소리가 난다. 창문 앞 벽면에는 대형 솥 3개가, 솥 주변에는 동그란 모양의 카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창문 안으로 햇살이 들어오자 모든 곳에서 조금씩 윤이 났다. ‘청결함’이라는 단어를 공간으로 바꾸어 놓은 듯한 곳. 오른쪽을 보면 화학 실험실 같기도, 왼쪽을 보면 작은 공장 같기도 한 이곳은 매일 1000명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조리되는 학교급식실이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4회는 학교급식조리사들의 작업복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이 일할 때 입는 옷을 보면 ‘빈틈이 없다’는 생각부터 든다. 위생복 상하의, 위생장화, 고무장갑, 고무장갑 안에 면장갑, 방수 팔토시, 방수 앞치마, 마스크.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착용해야 하는 위생모까지 쓰고 나면 신체 중 외부로 노출된 부분은 눈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몸을 꽁꽁 싸매는 가장 큰 이유는 몸에서 떨어지는 불순물이나 세균 등으로부터 ‘음식의 위생’을 지키기 위해서다.

위생, 위생, 위생

“학교급식의 제1순위는 위생, 무조건 위생이에요.”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오가며 15년째 밥을 짓고 있는 박기정씨(50)가 말했다. 급식 조리사들은 ‘교차오염’(식재료, 사람, 기구 등에 있던 미생물이 오염이 제거된 음식, 기구로 전이가 일어나는 것) 방지를 위해 작업 공정별로 도구뿐 아니라 입고 있던 앞치마와 장갑도 계속 바꿔가며 일을 한다. “앞치마는 전처리용, 조리용, 배식용, 세척용 4가지로 구분해 착용한다”는 교육부의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에 따른 것이다. 공정별로 다른 색깔을 지정해 용도를 구분하는데 각각의 색깔은 학교마다 다르다.

오이냉국을 예로 들어보자. 납품업체로부터 오이를 받아 검수하고, 세척하는 단계(전처리) 때 박씨는 분홍색 앞치마에 같은 색 고무장갑을 착용한다. 칼로 오이를 채 썰고, 미역을 데치고, 냉국 육수의 간을 맞추는 일(조리)을 할 때는 흰색 앞치마에 흰색 장갑으로 바꿔 낀다. 칼, 육수를 담은 통 같은 조리 때 썼던 도구를 씻는 후처리 작업 때에는 하늘색 앞치마에 빨간색 고무장갑을 사용한다.

교차오염 방지를 위해 중요한 것은 식재료와 조리도구의 방향이다. 급식실에서 식재료는 전처리→조리→후처리의 일방향으로 이동한다. 칼, 도마 등도 순서별로 구분해 사용한다. 그런데 밥 짓는 사람은 일방향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식재료, 조리 도구가 역류하지 않는 것이고, 사람도 그렇게 하면 좋지만 인력이 안 되니까 일단은 옷을 갈아입고 장갑을 갈아끼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인력이 더 있다면)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되니까 일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죠.”

급식 조리사 1인당 식수인원은 보통 100명이 넘는다. 공정별 주요 작업자를 미리 정해놓더라도, 그날그날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공정을 넘나들며 일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급식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3시간30분쯤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적게는 수백, 많게는 1000인분이 넘는 식사를 완성해야 한다. 결국 한 사람이 두세 걸음 걷고 앞치마를 교체하고, 국 한 번 휘젓고 장갑을 바꿔 끼는 일이 흔하다. 물에 젖은 앞치마는 무겁고, 고무장갑은 달라붙어 잘 벗겨지지 않는다.

음식의 위생만 지킬 뿐···장화 위로 떨어진 칼에 ‘속수무책’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④]
이날 급식 반찬은 오징어링과 생선가스.  튀김 당번은 끓는 기름의 온도를 150도와 200도 사이에서 계속 조절해 가며 튀김가루가 묻은 오징어와 생선을 튀겼다. 뜰채로 중간 중간 음식을 건져 색깔을 확인해야 한다. 몸보다 큰 솥 앞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앞치마, 장갑이 솥 가장자리에 계속 닿을 수 밖에 없다. 권도현 기자

이날 급식 반찬은 오징어링과 생선가스. 튀김 당번은 끓는 기름의 온도를 150도와 200도 사이에서 계속 조절해 가며 튀김가루가 묻은 오징어와 생선을 튀겼다. 뜰채로 중간 중간 음식을 건져 색깔을 확인해야 한다. 몸보다 큰 솥 앞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앞치마, 장갑이 솥 가장자리에 계속 닿을 수 밖에 없다. 권도현 기자

공정별로 대비해야 할 것이 교차오염뿐일까. 튀기기, 볶기, 삶고 데치기 같은 본격적인 조리 공정에서는 고온의 기름과 불, 끓는 물이 대량으로 쓰인다. 그런데 전처리 때 입는 하늘색 앞치마, 조리 때 착용하는 흰색 앞치마는 색깔만 다를 뿐 소재도, 모양도, 기능도 똑같다. 위험한 작업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급식이 보호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냥 색깔만 바뀌는 거예요. 튀김 한다고, 뜨거운 것 앞에 서 있다고 앞치마가 특별히 두껍진 않아요.” 5년차 급식 조리사 곽미란씨(46)가 말했다. “방수 앞치마도 막 갈라져요. 갈라져서 그 틈으로 물이 들어와요. 그런데 바빠서 바로 바꿔 입지도 못해요.”

스파게티를 만들 때 벌어지는 일

음식의 위생만 지킬 뿐···장화 위로 떨어진 칼에 ‘속수무책’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④]

‘잔반 없는 날’은 급식 잔반을 줄이기 위한 날이다. 아이들이 선호하는 메뉴, ‘특식’이 나온다. 특식 중 많은 급식 조리사들이 공통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은 스파게티다. 손 때문이다.

“스파게티 면을 큰 솥에 넣고 끓이잖아요. 이걸 바구니로 건져서 무침기에 넣어요. 뜨거운 상태에서 올리브유랑 파슬리를 넣고 손으로 섞어야 돼요. 뜨거운 정도가 상상 이상이에요. 물론 삽으로 섞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돼요. 면이 다 잘리거든요.” 박씨가 말했다. 이런 식의 작업을 여러 번 한다. 스파게티도 한 종류만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있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고기 못 먹는 아이, 치즈 못 먹는 아이…. 스파게티 하고 나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손이 익는다니까요.”

음식의 위생만 지킬 뿐···장화 위로 떨어진 칼에 ‘속수무책’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④]
급식 조리사 두 명이 제육덮밥을 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삶은 물을 버리고 있다. 솥이 워낙 크고 무거워 두 명이서 하지 않으면 작업을 하기 어렵다. (사진 위) 양념이 골고루 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도구보다는 손을 이용해야 한다. (사진 아래) 권도현 기자

급식 조리사 두 명이 제육덮밥을 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삶은 물을 버리고 있다. 솥이 워낙 크고 무거워 두 명이서 하지 않으면 작업을 하기 어렵다. (사진 위) 양념이 골고루 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도구보다는 손을 이용해야 한다. (사진 아래) 권도현 기자

스파게티, 볶음밥 같은 특식을 하는 날은 다들 알아서 면장갑을 2,3개씩 더 낀다. 고무장갑은 두꺼워서 두 개씩 낄 수가 없다. 면장갑은 금세 땀에 젖는다. 젖은 손으로 계속 일을 하다보면 같은 온도도 더 뜨겁게 느껴진다. “업체에서 꽉 끼는 장갑이 들어올 때도 있고 조금 낙낙한 장갑이 들어올 때도 있어요. 꽉 끼는 장갑을 착용하고 스파게티를 만들면 손이 다 익어요. 장갑이 ‘보호장비’라고 하는데, 저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장비는 아니라고 봐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조리실에서 일하는 도을순씨(58)가 말했다. 그는 스파게티를 조리했던 어느 날 참다못해 손 온도를 재봤다. “장갑 빼고 온도계를 한 번 잡아봤어요. 얼마까지 올라갔는지 아세요? 80도!”

음식의 안전을 지키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진 작업복은 입는 사람을 보호하지 못할 때가 많다. 박씨가 말했다. “얼마 전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저희 조리실 언니가 아침에 과도를 들고 뭘 하다가 손이 미끄러워서 장화 위로 떨어졌어요. 처음엔 그냥 ‘어?’ 하고 말았는데, 조금 이따가 ‘나 발이 이상해’ 하더라고요. 화장실 다녀오더니 ‘나 다리에서 피 나’. 장화 앞이 칼날에 찢겨서 발에 피가 난 거예요. 저희 장화는 하다못해 ‘칼 끝’으로부터도 발을 보호하지 못하는 거죠.”

급식실에서 신는 위생장화.  미끄럼 방지, 뜨거운 물이나 기름이 신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장화를 신어야 한다. 권도현 기자

급식실에서 신는 위생장화. 미끄럼 방지, 뜨거운 물이나 기름이 신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장화를 신어야 한다. 권도현 기자

도씨의 팔꿈치에는 후처리 작업을 하다 입은 화상 자국이 있다. “면장갑, 고무장갑, 팔토시 다 끼고 오븐을 닦는데 여기가 따끔거리는 거예요. 벗고 바로 물로 씻었는데도 이미 피부에 닿아서…. 토시를 하면 물에 젖는 게 조금 덜하긴 한데, 몸을 보호하기에 안전한 장비는 아닌 것 같아요.”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급식실에서 발생한 상해 중 가장 많은 것은 화상(31.1%)이었고, 상해 부위 중 가장 많은 부위는 손(34.4%)이었다.

어느 학교냐에 따라 복불복 작업복

급식 조리사 도을순(사진 위), 박기정(사진 아래 왼쪽), 곽미란씨의 작업복. 겉으로 보기엔 똑같아 보이지만 소재와 가격 모두 조금씩 다르다. 박기정씨와 곽미란씨의 상·하의는 발수가 잘 되는 기능성 소재다. 도을순씨의 것은 상대적으로 두께도 두껍고 무겁다. 성동훈 기자

급식 조리사 도을순(사진 위), 박기정(사진 아래 왼쪽), 곽미란씨의 작업복. 겉으로 보기엔 똑같아 보이지만 소재와 가격 모두 조금씩 다르다. 박기정씨와 곽미란씨의 상·하의는 발수가 잘 되는 기능성 소재다. 도을순씨의 것은 상대적으로 두께도 두껍고 무겁다. 성동훈 기자

‘급식 작업복’의 지급 시기와 교체 주기, 소재, 가격은 모두 학교 재량이다. 각 학교에 맡기다보니 받는 옷은 각양각색이다. 어느 학교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등산복 재질의 가볍고 발수가 잘되는 셔츠를 받을 수도, 물에 젖으면 무겁고 세탁도 힘든 셔츠를 받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단추가 달린 두꺼운 흰색 면직 위생복을 지급했다. “여름에 일 시작했는데 너무 더운 거예요. 살 겹치는 부분에 땀띠가 났어요. 한달 반 만에 살이 4㎏이나 빠졌어요.” 박씨가 말했다. 박씨는 지금은 다홍색의 발수가 잘되는 위생복 셔츠를 입고 일한다. ‘옷을 바꿔달라’고 계속 건의한 결과다.

급식 조리사 박기정씨의 작업복. 꽉 끼는 빨간색 고무장갑 안에 낀 면장갑의 무늬가 비친다. 팔꿈치에는 위생토시까지 끼고 있다. (사진 왼쪽) 이렇게 꽁꽁 싸맸지만 화상을 입는 일이 흔하다. 작은 캡이 달린 위생모는 개인마다 약 2개씩 지급된다. 위생모도 매일 빨아서 쓴다. 성동훈 기자

급식 조리사 박기정씨의 작업복. 꽉 끼는 빨간색 고무장갑 안에 낀 면장갑의 무늬가 비친다. 팔꿈치에는 위생토시까지 끼고 있다. (사진 왼쪽) 이렇게 꽁꽁 싸맸지만 화상을 입는 일이 흔하다. 작은 캡이 달린 위생모는 개인마다 약 2개씩 지급된다. 위생모도 매일 빨아서 쓴다. 성동훈 기자

이렇게 건의가 받아들여지는 건 운이 좋은 경우다. 곽씨는 지금 일하는 학교로 전근을 올 때 위생복 상하의와 장화를 직접 챙겨왔다. 전 학교에서 1년간 위생복이 지급되지 않아 고생했던 경험 때문이다. 불과 4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입사를 했는데 제 옷이 없었어요. 물려받았어요. 받은 옷 칼라를 들춰보니 나그네들이 남기고 간 것처럼 이름이 진짜 많이 적혀있는 거예요. 누구 이름 위에 쫙쫙 줄 그은 다음에 다른 이름이 있고, 저는 덩치도 있는데 전에 있던 분은 좀 날씬하셨나봐요. 옷이 겨드랑이가 막 끼어서 피부가 빨갛게 쓸렸어요. 그때는 너무 바보였던 것 같아요. ‘여기 문화는 원래 사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했어요. 생각해보니 다른 언니들도 다 꼬질꼬질한 걸 입고 있었어요.”

한 급식 조리사가 조리 때 쓴 방수 앞치마를 손세탁하고 있다. 급식실 앞치마는 전부 손으로 세탁해야 한다. 권도현 기자

한 급식 조리사가 조리 때 쓴 방수 앞치마를 손세탁하고 있다. 급식실 앞치마는 전부 손으로 세탁해야 한다. 권도현 기자

세탁은 각자의 책임이다. 모든 학교는 학교급식법에 따라 급식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공간과 화장실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 화장실 안에 변기, 샤워기와 함께 세탁기가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샤워를 하면서 땀범벅이 된 위생복과 위생모, 면장갑까지 빨아 널고 난 뒤에야 퇴근할 수 있다. “면장갑 삶아서 써야지 그거 버리면 큰일 나죠. 목 늘어나고 구멍이 나야 버려요.” 박씨가 말했다.

건조기는 학교마다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박씨네 학교에는 불과 두 달 전 건조기가 들어왔다. “그전까지는 언니들이 샤워하면서 빨래를 해주면 나는 기다릴 동안 빨래를 널었어요. 그러다 바람 불어서 건조대 넘어지죠? 그럴 땐 진짜 하늘을 ‘빵꾸’내고 싶다니까요.”

위생을 지키면서 안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 급식 조리사가 조리용 삽으로 돼지갈비찜을 뒤집고 있다. 몸보다 큰 솥 앞에 서서 뜨거운 김을 맞으며 삽질을 하는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성동훈 기자

한 급식 조리사가 조리용 삽으로 돼지갈비찜을 뒤집고 있다. 몸보다 큰 솥 앞에 서서 뜨거운 김을 맞으며 삽질을 하는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성동훈 기자

지금의 작업복이 일하는 사람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급식 조리사들은 위생을 지키기 위해, 시간 맞춰 음식을 내기 위해 매일의 불편과 위험을 감내해왔다. “사실 지금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편한 건 없어요.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것도요. 위생 때문에 하는 거죠.” 도씨가 말했다.

음식의 위생을 지키기 위해 이 정도는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인 걸까. “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좀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개선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거든요.” 이재진 학교비정규직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말했다. “저희는 최근에 폐암으로 여러 분이 돌아가셨고, 산재 승인도 계속 나고 있어요. 환기시설, 원래는 그렇게 설치 못한다고 했었지만 지금 다 되고 있어요. 위생을 지키면서도 안전한 작업복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급식 조리사가 완성된 오징어링과 생선가스를 각 학급에 올려보낼 반찬통에 나눠 담고 있다. 튀김 요리는 다 튀긴 뒤 온도계로 온도를 쟀을 때 특정 온도 이상까지 올라가야만 한다. 내용물이 확실하게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은 생선가스의 겉과 속이 모두 익었는데도 온도를 잴 때마다 기준 온도에 약간 못미치는 숫자가 나오는 바람에 여러 번 다시 튀겨야 했다. 권도현 기자

급식 조리사가 완성된 오징어링과 생선가스를 각 학급에 올려보낼 반찬통에 나눠 담고 있다. 튀김 요리는 다 튀긴 뒤 온도계로 온도를 쟀을 때 특정 온도 이상까지 올라가야만 한다. 내용물이 확실하게 익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은 생선가스의 겉과 속이 모두 익었는데도 온도를 잴 때마다 기준 온도에 약간 못미치는 숫자가 나오는 바람에 여러 번 다시 튀겨야 했다. 권도현 기자

“ ‘우리가 위험하니까 이런 보호장구 해달라’고 이야기하는 분은 아무도 없어요. 필요한 것도 진짜 해달라고 사정해야 해주는데요. ‘예산 없습니다’ 하고 안 해주는 경우도 많아요.” 박씨가 말했다. 급식실에서 무슨 일이 있든, 매일 오전 11시30분이 되면 음식은 늘 완성된다. 매일 때맞춰 따뜻하게 준비되는 밥과 국을 보면서 고무장갑 속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누군가의 손을 떠올리긴 쉽지 않다. 오랜 시간 급식실의 고군분투는 그렇게 급식실 안에 머물러왔다.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알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때 실제 일하는 당사자들한테까지 묻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확실한 창구를 마련하는 게 절실해요.” 이 실장이 말했다. 현재 충남을 제외한 16개 시·도에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분야별 소위 같은 것은 꾸려져 있지 않다.

흰 상의에 위생모, 두건, 마스크, 방수 앞치마까지 온 몸을 꽁꽁 싸맨 급식 조리사들의  모습. 급식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쯤 안전과 편의가 동시에 보장되는 옷을 입고 일할 수 있을까? 성동훈 기자

흰 상의에 위생모, 두건, 마스크, 방수 앞치마까지 온 몸을 꽁꽁 싸맨 급식 조리사들의 모습. 급식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쯤 안전과 편의가 동시에 보장되는 옷을 입고 일할 수 있을까? 성동훈 기자

음식만 보호하는 작업복. 입고 일하다 다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계속 입었던 작업복. 같은 일을 하는데도 다 다르게 지급되는 작업복. 오랫동안 바뀌지 않아 익숙해졌던 문제들에 대해 급식 조리사들도 이제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하다 다치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도씨가 말했다. “산재를 직접 보기도 하고, 언론에도 나오면서 저희도 자꾸 요구를 하게 되는 거예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눈이 트인 거죠.” 박씨도 말했다. “ ‘그냥 밥만 하면 되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밥하는 아줌마, 이런 거 알고 들어왔잖아’ 같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에 폐암 이슈도 있잖아요. 현장 안이 이렇게 힘들다, 이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작업복 기획팀
김한솔·김정화·박하얀(스포트라이트부), 성동훈· 권도현(사진부), 최유진· 모진수(뉴콘텐츠팀), 박채움·이수민(데이터저널리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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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식 노동자들의 작업복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가요? ‘나의 작업복’ 인터렉티브 페이지에 들어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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