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리자 ‘언론 탓’ 몰아가는 여당과 대통령···언론계 “책임 전가 멈춰야”

강한들 기자    김기범 기자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인 국민의힘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순방 기간 중 발생한 비속어 논란을 언론 탓으로 돌리자 언론단체들은 일제히 이를 비판했다. 언론 전문가들은 발언 내용이 아닌 매체의 ‘보도’를 문제삼는 행태가 언론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관련 행사장을 빠져나오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MBC가 보도했다. 이어 다른 언론들도 이 발언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언론이 “악의적 왜곡”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08년 광우병 조작 선동이 있었다. 당시 MBC는 명백한 거짓말로 나라를 뒤집어놓았다”며 “야당과 좌파 언론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을 제2의 광우병 조작선동의 기회로 이용하고자 했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도 ‘언론’을 탓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출근길 문답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나머지 얘기들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단체들은 26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정치권의 ‘언론 탓’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정부와 여당을 감시하며 의혹을 파헤쳐오고 있는 눈엣가시와 같은 언론을 희생양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쓰는 것”이라며 “막말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와 여당이 해야 할 것은 궁여지책으로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와 내부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새끼’는 비속어가 아니라 욕설”이라며 “‘새끼들’이 미국 국회를 일컬었든, 야당을 가리켰든 욕 한 걸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옳다”고 말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언론 탓을 하는 것은 본말전도”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수반으로서, 정상 외교의 현장에서 아주 부적절한 언행을 했으며 그로 인해 국격을 떨어뜨린 것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신 처장은 “대통령 본인이 있어서는 안 되는 발언과 행동을 했는데 그걸 언론이 비판한 것에 대해 언론탓을 하고, 관련 보도를 한 방송사에 법적 대응까지 운운하는 것은 정부, 여당이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것이자 언론 탄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직접 정확한 발언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국민은 대통령이 그 발언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궁금해한다”며 “정확한 발언이 무엇이었는지 사실 확인을 대통령이 해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26일 SNS에 “어떤 발언이 보도됨으로써 국익에 해가 됐다면 그 또한 발언을 한 사람의 잘못이지 보도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며 “대통령과 같은 고위 공직자의 발언을 보도하는 것은 권력 감시라는 공익적 필요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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