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하고 싶어” 미군장병들 효순·미선양 집 4년째 봉사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해마다 찾아오는데 뿌리칠 수도 없고…. 그래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난 18일 오전. 2002년 6월 경기 양주시 광적면 도로 갓길에서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양(당시 14세)의 아버지 신현수씨(53)는 미군들에게 밭일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들이 농사일을 돕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찾아온 때문이다.

밭 한쪽에서 말없이 잡초를 뽑던 어머니 전명자씨는 “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미군부대측에 오지말라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미2사단 소속 장병 25명과 인근 한국부대 장병 15명은 이달 초 신씨가 낙상사고로 허리를 다쳐 농사일을 미루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미군 장병들은 효순양 집 근처 500여평의 밭에서 익은 고추와 가지를 땄다. 일부는 서툰 솜씨로 김매기를 했고, 쓰러진 고춧대를 세웠다. 폐비닐도 거두고 기울어진 비닐하우스의 받침대도 손질했다. 금방 이들의 이마와 얼굴에 구슬땀이 흘렀다.

점심은 미리 부대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효순양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생각에서다.

한 미군 장병은 “장갑차 사고를 속죄하고픈 마음으로 효순양 집 일손 돕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군은 “우리들을 맞이해 준 효순양 부모에게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군 장병들은 장갑차 사건 이듬해인 2003년부터 자발적으로 모여 해마다 봄·가을에 효순양 집과 함께 숨진 심미선양의 집을 각각 방문해 농사일을 돕고 있다.

〈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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