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 없는 천사’ 15년째 오셨네

전주 | 박용근 기자

“세탁소 옆 차 뒤에 박스” 전화

올해엔 5030만여원 온정 전달

지금까지 총 성금 4억원 달해

29일 오후 3시40분. 긴장감 속에서 전화벨 소리만을 기다리던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언제 걸려올지 모를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를 받기 위해 점심도 교대로 먹고 온 터였다. 전화벨이 울리고 4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렸다. 15년째 한결같은 방법으로 기부를 해 온 그였다.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환한 표정으로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 전주시 제공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환한 표정으로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 전주시 제공

그는 “시간이 없어 그러는데 지금 세탁소 옆 차량 뒤에 박스를 놓고 갑니다.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전에 빨리 가져가 주세요.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꼭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세탁소 옆으로 달려갔다. 차량 뒤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 속 A4 용지에는 큼지막하게 “소년 소녀 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라고 쓴 메모가 들어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이 담겨 있었다. 직원들이 합세해 40여분이나 걸려 돈을 세어보니 5030만4390원에 달했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시작된 것은 2000년 4월. 당시 노송2동사무소를 찾은 초등학생 ‘천사’는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사라졌다. 이후에는 40대 중반의 남성이 전화를 걸어 성금을 놓아둔 위치만 알려주고 사라졌다. 15년 동안 16차례에 걸쳐 전달한 성금은 모두 3억9730만1750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기부를 해온 ‘천사’도 있지만 15년째 선행이 이어지는 것은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유일하다. 주민들은 해마다 계속되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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