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정국

“황교안 역할은 국가 기능 유지만…박근혜 정책기조 잇는 것 아니다”

이범준 기자

이석연 전 법제처장 ‘탄핵정국·탄핵심판’을 말하다

“헌법 위반으로 탄핵 가능…헌재, 시간 끌지 않을 것”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에서 헌재의 탄핵심판은 국민의 저항권을 제도적으로 일시 멈춰 세운 방파제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에서 헌재의 탄핵심판은 국민의 저항권을 제도적으로 일시 멈춰 세운 방파제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보수 성향의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62)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는 탄핵 의결을 통해 이미 무너진 것”이라며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지 박근혜 권한대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파면 결정을 전망하며,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면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형사재판하듯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1979년 행정고시,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 전 처장은 1988년 개소한 헌법재판소의 제1호 연구관이다. 1994년 변호사로 개업해 제대군인 가산점, 인구 편차가 지나친 국회의원 선거구, 행정수도이전법 등 30여건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6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거쳐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냈다. 이 전 처장의 인터뷰는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 탄핵심판 중인 헌재 앞에서 시위해도 되나.

“사실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정치를 제도의 태두리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 헌법재판이다. 국민이 저항권을 행사해 국회가 탄핵을 의결토록 했고 이제는 헌재가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 헌법 수호자 기능을 다하라고 요구한다. 헌재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평화적 촛불시위는 헌법이 보장한 합헌적인 저항권의 행사이다. 독일의 헌법인 기본법은 저항권을 아예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 헌재가 박 대통령의 유무죄를 따져야 하나.

“헌재법에 ‘탄핵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탄핵심판을 형사재판하듯 해선 안된다. 헌재는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겠지만 준비절차를 열거나 수명재판관을 정하는 것이 형사재판을 염두에 둔 것 같아 염려스럽다. 헌법재판은 정치적 성격이 있고 탄핵심판은 가장 고도의 정치적 재판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정치적 기능은 별개다.”

- 탄핵심판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박 대통령이 문화관광체육부 고위 공직자를 두고 물러나라고 했다. 아직도 그 사람 있느냐고 했다. 이것은 헌법위반이다. 공무원의 신분보장 규정과 직업공무원제를 어겼다. 세월호 7시간 같은 것도 여러 조사를 거쳐서 궁극적으로 헌재가 직접 판단할 문제다. 대통령이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필요도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안전권과 생명권이 침해된 것이 명확하다.”

- 사실이 확정돼야 판단이 가능하지 않나.

“헌법위반은 물론이고 법률위반도 ‘확인’이면 된다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결정문에 나온다. 이번 소추사유의 경우 검찰에서 확인한 것이다. 형사소송 절차 열어서 입증할 문제가 아니다. 만약 확정을 하려면 2~3년은 족히 걸리는데 대통령은 탄핵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법원도 증인을 부르지는 않는다. 헌재가 스스로를 포기하면 안된다.”

- 헌재가 바른 결론을 내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나.

“헌재가 신속히 결론 내지 않으면 다시 저항권 행사로 갈 수도 있다. 대통령을 파면할 사유가 너무도 명백하다. 노무현 대통령 결정례에 다 나와 있다. 2~3개월이면 충분하다. 소장 재임 중인 1월 선고도 가능하다. 헌재가 선별해서 심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식면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다 검토할 이유가 없다. 일반재판은 개인의 권리구제가, 헌법재판은 헌법질서 유지가 목적이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현상유지 권한은 박근혜 정부 유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기조는 탄핵으로 무너졌다. 정권의 기조 유지라면 국정교과서마저 가능하다. 국가의 기능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 외 긴급한 현안은 국회와 협의해야 한다. 원로들을 만나면서 보수 색채 인사만 불렀다면 문제다. 진보 인사들이 안 오더라도 불렀어야 했다. 정무직 이상의 인사는 권한대행의 범위를 벗어난다.”

- 이번 탄핵심판이 노 전 대통령 때와 무엇이 다른가.

“통합진보당 해산은 법무부가 제소한 것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의결도 국민이 요구한 게 아니었다. 이번 탄핵심판은 국민의 저항권으로 시작된 첫 사건이다. 헌법질서가 파괴돼 있었고 의회마저 회복시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나서 촛불이라는 비상적 헌법회복 수단을 썼다. 세계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저항권 행사의 모범이다. 세계의 헌정사를 새로 써야 한다. 지금도 촛불은 꺼진 것이 아니다.”

▶“헌재, 신속 파면 않으면 국민 저항권 대상 될 것”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의 적절한 결론을 조속한 시일 내에 내놓지 않으면 그때는 헌법재판소가 국민 저항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표적 보수 법조인이자 헌법 전문가인 이 전 처장은 지난 1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국회) 탄핵 의결은 처음으로 국민의 저항권 행사가 이끌어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처장은 “헌재의 탄핵심판은 시민의 저항을 제도적으로 (일시) 멈춰 세운 방파제”라며 “헌재는 조속한 파면 결정으로 국가적 위기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헌법이 부여한 (권한대행) 역할은 국가기능을 유지시키는 것이지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기조를 이어가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전 처장은 탄핵심판을 형사절차처럼 하려는 청와대 등의 시도에 대해 심리를 끌려는 전술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인 탄핵심판 제도는 유·무죄와 양형을 정하는 형사절차가 아니다”라며 “탄핵사유 가운데 헌법 위반 부분은 헌재가 직권으로 판단하고, 법률 위반은 법원의 확정이 아닌 헌재의 확인으로 조속히 결론내는 것이 맞는 절차”라고 했다.

탄핵심판 결론에 대해서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법조인의 입장에서 국회의 탄핵 사유를 보면 헌법과 (2004년 노무현 탄핵사건) 결정례에 따라 전원일치 파면을 예측할 수 있다”며 “기각 의견을 내려면 탄핵 사유를 모두 부정해야 하는데 (앞서의 결정례와)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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