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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고 조작’ 김장수 전 안보실장 위증 의혹…훈령 변경은 김기춘 주도?

이혜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최초 보고받은 시각이 오전 10시가 아니라 9시30분이었다는 문건을 청와대가 공개하면서, 당시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69)이 지난해말 국회의 국정농단 청문회에 나와 위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불법 훈령 변경’에 대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이 알고 있었고 “소관 임무 구분을 위해 수정했다”고 해명했던 것도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 회의록을 보면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청문회에 출석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에 보고한 시각과 관련한 위원들의 질문에 여러차례 “오전 10시에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그 당시(참사 당일) 아침 상황에 대해서 종합 서면보고 10시경에 했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김 전 실장은 “예. 서면보고”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4.16 당일 세월호 침몰 보고 최초 신고 시간이 8시 58분이었는데 10시 15분에야 대통령한테 보고했다고 지금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도 김 전 실장은 “보고는 10시에 했고요. 대통령님이 전화 받으시고…… ”라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

“2014년 7월 10일 날 세월호특위에 대통령비서실에서 보고한 내용에 보면 10시에 국가안보실에서 사고 상황을 최초로 서면보고했다고 돼 있습니다. 맞습니까?”라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김 전 실장은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전날 청와대가 공개한 <진도 인근 여객선(세월호) 침수, 승선원 474명 구조작업 중(1보)> 문건을 보면 문건 작성부서가 국가안보실이고, 보고시각은 오전 9시30분으로 돼있다. 문건이 김 전 실장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보고됐거나, 김 전 실장이 허위로 증언한 것이다.

당시 청문회에서 “(오전 10시 보고서를) 보낼 때 직접 실장님이 지시하셨지요?”라며 보고경위를 묻는 이용주 의원 질문에 김 전 실장은 “그때, 어제 제가 물어봤었는데 제 보좌관에 육군 중령이 있다. 그 보좌관이 직접 집무실하고 관저하고 보냈다고 알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대통령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의 불법 변경을 지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2014년 10월28일 국회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김 전 실장은 “국가안보실과 안전행정부 소관임무 구분이 명확하게 돼있지 않아 오해를 유발하는 데 대해서는 7월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일부 수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재난 분야 위기에 관한 정보·상황의 종합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고 돼있다. 이는 국가안보실이 재난분야 위기의 컨트롤타워라는 뜻이 아니냐”는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훈령 변경은 법제처 심사 등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 책임을 덜기 위해 지침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 안보 및 재난의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부분을 ‘안보 분야는 안보실,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담당한다’고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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