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9개월만에 먼저 떠난 제자들 곁으로’…세월호 순직 단원고 교사들 대전현충원 안장

이종섭 기자

‘세월호 침몰 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제자들을 구하던 중 순직. 교사 고창석의 묘.’

16일 오전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 고창석 교사가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9구의 유해가 나란히 묻혔다. 고 교사의 묘지 옆으로 고 양승진·박육근·유니나·전수영·김초원·이해봉·이지혜·김응현·최혜정 교사의 유해가 차례로 안치됐다. 모두 2014년 4월16일 진도 앞 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제자들을 구하다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직한 단원고 교사들이다.

이들은 최근 양승진 교사를 마지막으로 모두 순직군경 인정을 받아 이날 대전현충원에 합동 안장됐다. 아직 미수습자로 남아 있는 양 교사의 부인은 지난해 11월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떠나며 남편의 사망신고를 했다. 지난달 순직군경 인정을 받고, 돌아오지 못한 유해를 대신해 집에서 찾은 머리카락 등을 이날 묘지에 안장했다.

16일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서 고 고창석 교사의 묘지 옆으로 세월호 참사로 순직한 단원고 교사 9명의 유해가 안장되고 있다. |이종섭 기자

16일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서 고 고창석 교사의 묘지 옆으로 세월호 참사로 순직한 단원고 교사 9명의 유해가 안장되고 있다. |이종섭 기자

양 교사를 비롯해 순직한 단원고 교사 모두는 참사 현장에서 끝까지 제자들의 손을 놓지 않았던 참된 교사였다. 이날 안장식에 참석한 세월호 생존자 양정원씨(사고 당시 단원고 2학년 3반)는 “학교 앞에서 하얀 장갑을 끼고 교통지킴이를 하시던 선생님 모습이 기억난다. 학교 텃밭에서 같이 고기를 구워 먹자고 하셨었는데 이제는 볼 수 없는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다”고 양 교사에 대한 기억을 전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단원고 교사들 중에는 김초원·이지혜 교사도 있었다. 두 사람은 제자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끝까지 아이들을 대피시키다 침몰한 배 안에서 숨졌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3년 넘게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었다. 이들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해 7월에야 뒤늦게 순직이 인정돼 이날 동료 교사들과 함께 순직공무원 묘역에 묻혔다.

1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이해봉 교사의 유족이 땅 속에 묻힌 유해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1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이해봉 교사의 유족이 땅 속에 묻힌 유해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이들 외에도 이날 함께 안장된 단원고 순직 교사 모두는 참사 당시 비교적 탈출이 쉬웠던 5층에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거나 난간에 매달린 학생들을 탈출시키고 다시 선실로 들어가 제자들을 구하려 했던 교사들이었다.

이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참사를 당한 지 꼭 3년 9개월만에 함께 영면해 먼저 떠난 아이들 곁으로 가게 됐다. 세월호 참사로 순직한 단원고 교사는 모두 11명이다. 지난해 5월 사고 해역에서 수습된 고창석 교사가 지난해 11월13일 먼저 대전현충원에 안장됐고, 고 남윤철 교사의 유해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충북 청주시 성요셉공원에 그대로 남게 됐다. 나머지 순직 교사 9명이 이날 합동안장식을 거쳐 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함께 잠들었다. 교사 신분으로 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안장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열린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순직교사들의 묘비가 놓여져 있다. |이종섭 기자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열린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순직교사들의 묘비가 놓여져 있다. |이종섭 기자

이들이 희생된지 3년 9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날 합동안장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서 여전히 흐르는 눈물과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양 교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유해를 묻으며 “사랑하는 우리 승진이 천국에서 편히 쉬고 아프지 말고 지내라”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해봉 교사의 어머니도 땅 속에 묻힌 유해를 붙잡고 “아들 한번 만져보자. 편히쉬어라”라며 아들의 안식을 기원했다.

이날 단원고 순직 교사들의 묘에는 모두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순직. 2014년 세월호 침몰 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제자들을 구하던 중 순직’이라고 적힌 묘비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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