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때처럼…공사장비도 강제 반입

백경열 기자

경찰 1700명 진밭교 천막 투입, 주민·반대 단체 강제 진압

주민·경찰 부상자 속출…90일간 공사 과정서 충돌 불가피

국방부가 23일 경북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보수공사를 위한 장비와 자재를 전격 반입했다. 사드 장비가 임시 배치되던 지난해 4·9월과 마찬가지로 경찰이 주민들을 상대로 강제 진압에 나서면서 수십명이 다쳤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11시20분부터 공사용 자재를 실은 25t 덤프트럭 14대와 인부 10여명을 태운 공사차량 4대, 부식차량 1대 등 21대를 사드 기지 안에 들였다. 장비 반입 직전 국방부는 “사드 기지 내 근무 장병들의 생활 여건 개선 공사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경찰의 협조하에 23일부터 공사에 필요한 인력·자재·장비 수송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비 반입 3시간을 앞둔 이날 오전 8시12분부터 22개 중대 1700여명의 인력을 사드 기지와 700m쯤 떨어진 초전면 소성리 진밭교에 투입해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던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 관계자 150여명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강제 해산을 시도하기 전 경찰은 주민들에게 3~4차례 경고방송을 한 뒤, 진밭교 다리 아래 에어매트를 깔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주민·시민단체 회원은 길이 10m·폭 6m인 진밭교 위에서 “폭력경찰 물러가라” “불법사드 철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저항했다. 이들은 녹색 그물망을 덮어 쓰고 얼굴만 내놓은 채 경찰에 맞섰다. 일부 주민은 2~3명씩 짝을 이뤄 원통 모양의 PVC(폴리염화 비닐) 관에 서로 팔을 넣는 방식으로 이른바 ‘인간사슬’을 엮기도 했다.

경찰은 강제 해산 작전 1시간여 만인 오전 9시35분쯤 진밭교 위에 있던 주민 130~140명을 도로 밖으로 끌어냈다. 뒤이어 다리 입구에서 맞서던 종교인과 주민 10여명이 경찰의 움직임에 농성을 풀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도 나왔다. 사드 반대 시민단체 연대 조직인 ‘사드철회 평화회의’에 따르면, 이날 경찰의 강제 해산으로 단체 회원과 주민 등 28명이 타박상 등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5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평화회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천막 매듭과 시위 그물 등을 자르기 위해 커터칼을 들이대면서 주민들 일부가 칼에 베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무경찰 등 3명도 진압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국방부는 24일부터 약 90일간 인부 20여명을 소성리 앞 도로를 통해 사드 기지로 들여보내서 장병 숙소의 지붕과 오·폐수 처리 시설 공사, 주한미군 식당 공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사드 반대 단체가 공사 인력의 출입을 막을 것으로 보여 또다시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장비 반입이 강제로 이뤄졌다는 점으로 미뤄 한·미 장병을 위한 복지개선 공사가 아니라 정상회담 전 사드를 못 박기 위한 부지공사임이 명확하다”면서 “공사 기간 동안 자재 반입 및 인부의 출근을 막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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