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일 연쇄살인마 ‘강호순’...그가 불러온 변화들

김찬호 기자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연쇄살인마 ‘강호순’...그가 불러온 변화들

[오래전 ‘이날’]2월2일 연쇄살인마 ‘강호순’...그가 불러온 변화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경기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납치살인사건’ 용의자 강호순의 현장 검증 기사가 실렸습니다. 강호순은 경기도 수원, 안산, 용인, 평택, 화성, 의왕, 시흥, 오산, 안양, 군포 지역에서 여성을 연쇄 살인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범행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으며 반사회성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의 대표적 인물이 됐습니다.

당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강호순은 현장 검증에서도 범행을 침착하고 태연하게 재연했습니다. 피해자 유인, 성폭행, 살해, 암매장 등의 장면을 침착하게 재연하는 강호순의 모습에 지켜보던 주민들이 “살인마. 저런 X은 빨리 죽여야 한다”고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현장검증에는 세 번째 피해자 박모씨의 가족들도 나왔다고 하는데요. 박씨의 딸은 “아저씨! 우리 엄마를 돌려주세요”라고 울부짖다 실신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고 하네요.

강호순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연쇄살인에 대한 경각심’ 정도만이 아닙니다. 강호순을 계기로 ‘용의자 얼굴 공개 논란’도 생겼는데요. 대법원 확정판결 전 용의자 단계에 있는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것이냐가 문제였습니다. 성폭행이나 살인 용의자에 대해서는 국민 알 권리와 범죄예방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권보호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법조계의 의견도 엇갈렸는데요. 당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비록 흉악범일지라도 인권을 존중해야 하고, 얼굴도 공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서울변호사협회장 하창우 변호사는 “범인 공개수배 때도 얼굴을 공개한다”며 “이미 잡혀서 반인륜적 범죄를 자백한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강호순 사건은 2010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피의자의 얼굴 등을 공개하는 조항이 신설되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특정강력범죄사건의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요건은 1.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2.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3.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4.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입니다. 최근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범인 김성수의 신상이 이 법에 따라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강호순 사건이 불러온 사회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날 경향신문에는 “‘무서운 세상’ 호신용품 불티”라는 제목의 기사도 실렸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호신용품 판매가 부쩍 늘었다는 것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한 온라인 마켓에서는 ‘강호순 검거 사실이 알려진 날부터 1주일간 호신용품이 하루 평균 370여개가 팔렸다’고 전했습니다. 직전 1주간의 하루 평균 판매량에 비해 60%정도 늘어난 수치라고 하네요.

[오래전 ‘이날’]2월2일 연쇄살인마 ‘강호순’...그가 불러온 변화들

‘무서운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강남에 있는 클럽 ‘버닝썬’에서 여성들의 술잔에 GHB, 일명 ‘물뽕’을 넣는 일이 있었다고 알려졌는데요. 성폭행하려는 의도로 물뽕을 사용한다고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마음놓고 술 한잔 마실 수 없는 세상,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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