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유가족들 옥시 본사 앞 무기농성

심윤지 기자

시민분향소 설치하고 “책임자들 엄정한 처벌” 촉구

“특별법에도 3·4단계 피해자 구제·지원 한계” 주장

<b>사망자 1403명 추모 시민분향소 설치</b>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2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사망자 1403명 추모 시민분향소 설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2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장 옆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1403명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소를 꾸렸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를 피해자로 인정하고 책임자를 엄정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이날 회견을 시작으로 옥시 본사 앞에 시민분향소를 꾸려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회견에는 피해자와 유족을 포함해 1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25일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덕진씨(48) 유족도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기자회견 시작 전 조씨를 기리는 의미로 관을 실어나르는 의식을 거행했다.

조씨의 아버지 조오섭씨는 “가습기 살균제로 아내에 이어 아들도 잃었다. 저도 지금 가습기 살균제로 숨을 잘 못 쉬고 있다”며 “1403명을 죽이고 6000명의 숨을 못 쉬게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허가해주고도 정부는 몰랐다고만 한다. 아들은 기업에서 병원비와 장례비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덕진씨는 2007~2010년 옥시에서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사용했고 3년 전인 2016년 말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정부에 피해 신고를 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은 받지 못했다. 정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가능성 거의 없음(4단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폐섬유화를 비롯한 폐질환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질병으로 인정하면서도, 기관지에서 염증이 시작되는 등 특정 조건을 충족시킬 때만 제한적으로 피해자 인정을 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6385명이다. 조씨의 사망으로 사망자 수도 1403명으로 늘었다. 주최 측은 “2017년 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와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엄정 처벌도 촉구했다. 조순미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휴대용 산소발생기를 차고 등장해 “옥시는 피해자들을 피해 등급으로 나누어 보상하려 하고 애경과 SK(케미칼)는 거짓말로 일관하며 형사처벌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며 “죄를 지은 기업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고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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