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보수 낮은 돌봄노동,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맡는 구조…성평등한 환경 조성해야”

이혜인 기자

이토 펭 토론토대 교수

[노인돌봄 누구의 몫인가]“지위·보수 낮은 돌봄노동,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맡는 구조…성평등한 환경 조성해야”

가사도우미, 유모, 요양보호사…. 돌봄인력은 국경을 넘어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주로 자국 내 일자리가 부족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여성들이 해외로 돌봄 일자리를 찾아서 나간다. 필리핀 해외근로자청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해외로 나간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60%가 여성으로, 이들은 홍콩·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연합·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돌봄 노동자들이 입주도우미·간병인으로 일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이주여성과 돌봄경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토 펭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교수(사진)는 “단순히 다른 나라에서 돌봄인력을 데려오는 것으로 돌봄 공백을 해결하려 할 경우, 오히려 돌봄인력이 더 부족해지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펭 교수는 “한국·중국·대만·싱가포르 등 많은 나라에서 돌봄 노동자의 보수와 사회적 지위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숙련도에 비해서 매우 낮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자국민들이 계속해서 돌봄노동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에 일본 정부가 지방의 노동력·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계 브라질인·페루인 등 재외동포(니케이진)를 적극적으로 데려왔다가 실패한 사례를 들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을 돌봄 공백 등을 메우는 데 활용하기 위해 긴 시간 일할 수 있는 취업비자를 줬지만, 임금 등 처우에서는 확연한 차별대우를 했다. 심지어 니케이진은 일본에서 일하던 중 아이를 낳아도 아이들이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일자리가 줄어들자 일본 정부는 비행기 티켓과 약간의 지원금만 쥐여주고 이들을 다시 쫓아내기도 했다.

펭 교수는 “한때 일본 지방에서는 브라질계·일본계 페루인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사회적 융합에 실패하면서 최근에는 결혼이주여성의 숫자도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일본보다 결혼이주여성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단계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이주민의 증가뿐 아니라 돌봄 공백을 메우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 한국 정부가 사회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성평등한 돌봄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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