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습기살균제로 감방 안 가게 1~2년만 잘해주면”…애경 부회장, 브로커 고용 직접 지시

김원진 기자

청문회서 “사과”했던 채동석

사내 게시판엔 “억울” 딴소리

내부고발자 ‘괴물’로 묘사도

[단독]“가습기살균제로 감방 안 가게 1~2년만 잘해주면”…애경 부회장, 브로커 고용 직접 지시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56·사진)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총수 일가 책임을 피하려고 브로커 고용을 직접 지시한 구체적 정황이 확인됐다. 채 부회장은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84)의 차남이다. 채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뒤 사내 게시판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채 부회장은 2018년 3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출범 직후 대형 유통업체 부사장 ㄱ씨로부터 국회 보좌관 출신 양모씨를 브로커로 추천받았다. ㄱ씨는 양씨와 같은 대학의 과 동문이다. 애경산업은 총수 일가의 조사와 청문회 출석을 막으려 했다. 장 회장 사위인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61)도 출석 대상으로 거론됐다.

채 부회장은 경찰 간부 출신 김모 애경산업 상무에게 양씨를 브로커로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김 상무는 검찰 조사에서 채 부회장의 지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 상무는 애경산업에서 사참위 대응라인을 총괄했다. 김 상무 주도로 애경은 브로커 양씨와 ‘영업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해 회삿돈 6000만원을 지출했다. 양씨는 지난해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사참위의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에 나와서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소통하며 피해자들의 마음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달인 9월4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는 “얼마 전 특조위 청문회가 있었고 제 뜻과는 상반되는 기사가 우리를 며칠 동안 위축되게 했다” “우리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고생하는 진정한 애경 가족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고 썼다.

채 부회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응을 두고 “돈이 얼마나 들어도 좋으니 막아라” “돈으로 때워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채 부회장은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오너 리스크는 최대한 그룹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힘들더라도 감방 가지 않게 1~2년만 잘해주면 그 이후에 좋을 것”이라고 했다. 채 부회장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은 가습기살균제 재수사 재판에서 공개됐다.

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청문회 참석 전 올린 글에서 내부고발자 ㄴ씨를 수차례 ‘괴물’로 묘사했다.

ㄴ씨는 최근 사참위에서 진상규명 기여자 인정이 보류됐다. 사참위는 지난달 31일 전원위원회에서 ㄴ씨를 진상규명 기여 지원 대상자로 선정하는 안건을 올렸다가 결정을 보류했다. 일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반대 이유를 들었다. ㄴ씨에 대한 기여자 입장을 두곤 피해자들 의견이 엇갈린다. 피해자 모임 ‘너나우리’는 7일 “사참위는 내부 제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 조치를 해야 하고, 즉시 기여자 인정을 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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